정주/텃밭-생활의 발견

다시, 기록이 깨어지다.

빛의 염탐꾼 2010. 1. 4. 18:55

고속도로가 통제되어 출근도 못하고 어제 도서관에서 빌려온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소설을 뒤적이다가 밖을 보니 눈이 그쳤다.

 

티브를 켜니 기록이 깨졌단다. 25.8㎝ 기상관측이후의 서울에 내린 눈 중에서 최다란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육상 100m 기록이 자주 깨졌는데 눈기록은 오랜만에 깨졌구나 싶다. 카메라를 들고 산책을 나갔다.

 

오전 중에는 22㎝ 정도로 2001년 이후에 제일 이라더니 한낮에도 자꾸 내려서 기록이 깨진 것이다. 하여간 내가 서울에 산지는 2004년 부터이니 2001년 사정은 나는 모르고 하여간 서울에서 이렇게 많은 눈은 처음본다. 서울을 떠나 있었던 2년 동안도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리지 않았을 터.... 다른 곳에서는 보았지만....

 

교통이 마비되고... 瘫痪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언제나 부지런한 사람들의 빚을 지고 사는것 같다. 골목길의 눈을 치우는 사람들....

 

양재천 자전거길 위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듯.... 길이 나 있고....

 

청둥오리 한쌍이 유유히 추위를 즐기고 있다.

 

기록적이라는 것도 다 인간이 만들어 낸 것.... 내 발목을 훨씬 넘기는 눈 눈 눈.....

 

양재천의 갈대숲에도 눈이 내려... 신기하게도 갈대는 저 무게를 다 견디고 있다.

 

잘 깎인 조경수의 머리위로 쌓인 눈이 흰 모자를 덮어쓴 듯 하다.

 

어쩌면 부러질지도 모른다. 저 나무가지는 온힘을 다해 버티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내려다본 양재천...... 제대로된 1월을 만난다. 내 어릴적 1월같은.....

 

그리고 오늘 눈은 내고향에서 가끔 만났던 내소년기와 청년기의 눈을 닮아있다.

 

징검다리가 포근하다. 폴짝 폴짝 뛰어 건너고 싶다.

 

오층아니 육층눈탑......  석탑의 탑신과 옥개석을 닮아있다. 그러고 보니 쌍탑이다. 아니 남매탑인가? 아니면 오누이탑인가? 알아서 볼 것이다.

 

관문체육공원의 트랙은 눈이 치워져 있다. 한 여인이 주님을 찬미하면서 걸어가고 있다.

 

관악산이 정체를 다 드러내지 않고 있다.

 

꼭대기쪽은 아직 눈이 내리는듯.

 

이상한 사람들을 만났다. 모두 검은옷을 입은 사람들이 눈속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눈싸움을 하다 핸드폰을 잊어버려 눈속을 뒤지고 있는 중이란다. 참 동화같은 장면을 연출하는 어른들이 재미있어 한참을 쳐다봤다.

 

돌아오는 길. 골목길이 말끔히 치워져 있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해 놓고 지나간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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