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중순이후 산을 오르지 않았다. 처음엔 주말마다 일이 있었고 몇번 그런일이 반복되다 보니 주말답사가 없었던 1월말이 되어서도 추위를 핑계로 산을 오르지 않았다.
몇일전, 나에게 중국어를 처음 가르쳤던 오춘제 선생으로 부터 전화가 왔다. 길림에서 설연휴를 맞아 친구가 한국으로 여행을 왔는데 그가 불교신자라 한국의 절을 가고 싶단다. 나에게 그 친구를 부탁하길래 선뜻 응낙을 하였다.
그래서 2월 21일, 한결 풀린 날씨에, 72년생, 올해 한국나이로 39인 이 중국인과 올해들어 처음으로 관악산을 올랐다.
왕★강, 이름은 들었는데 중간 한 자를 잊어 먹었다. 나이의 위력이 드디어 발휘되는가 보다. 시력에서 부터 기억력까지.... 길림국제여행사에서 가이드 일을 하면서 길림시 불교협회에서 일을 한다는데 신심이 사이비 종교인들과는 사뭇 달랐다.
18살에 수많은 불교서적에 감흥받아 불교에 입문했다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술담배는 물론이고 고기, 생선까지 먹지않는 최고수위의 채식주의를 실천하고 있단다.
불교에 입문하고 채식주의자가 된 계기를 물어보니 스스로를 억제하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란다. 청소년시절엔 쉽게 화를 내고 싸움도 심했다는데 불교에 심취하고 부터 마음이 안정되고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나에게 종교가 있냐고 물어보길래 나는 유물론자, 당연히 무신론자라고 얘기했더니 웃는다. 사회주의 나라에서 온 유신론자와 자본주의 국가의 무신론자의 대화는 오래가지 않아 자꾸만 어긋난다. 깊이 들어갈 수 있는 성질이 것이 아님을 알기에 곧 그만두었다.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는 중국이지만 종교를 가지고 있는 중국인들을 보면 굳이 숨기려고 들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드러내지도 않는 것 같다. 신념과 신앙의 차이가 어떠한지는 모르지만 그 구분이 아직은 명확하지 않고..... 하긴 그건 나도 마찬가지..... 언제나 헷갈리는 문제이다.
여전히 식수부적합이라는 표지를 안고 있는 제1약수터, 여기에서 한바가지 찬물을 마셨다. 모든 신념또한 이 약수터의 물과 같으리라. 계절과 마음먹기에 따라서 최고의 물이 될 수도 최악의 물이 될 수도 있으리라. 대장균이니 뭐니 하는 몇가지 화학요소를 적어놓은 저 기준을 나는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그저 내 눈이, 내 마음이 중요한 것이리라.
식수부적합의 물을 마신 그의 다리에 힘이 생긴듯... 힘들어하던 그가 다시 힘을 낸다. 신념도 신앙도 그런 것일까.... 거기에다가 과학적 근거까지 보태진다면 더 말할 나위도 없겠지..... 그러나 우리가 신봉하는 그 과학 또한 인간을 완전히 분석할 수 없는 상황이고 보면.....
절에서 주는 공양을 먹었다. 떡국.... 채식주의자인 이 중국인의 입에 맞는지 안 맞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잘 먹어주어서 고마웠다. 내가 만든 음식은 아니지만....
절은 중국이나 한국이나 별반 차이가 없으리라. 저 대웅전 앞을 차지하고 있는 석탑을 제외하고는....
눈이 녹아 질척한 대웅전 앞이라도 사진찍기를 감행했다. 한중일 삼국의 절을 비교할 때 가장 비교되는 부분이 탑이라
연주대의 겨울은 여전히 아름답다.
관악산 정상에 올라 서울의 곳곳에 대해 설명을 하고 그는 열심히 들었다. 한국과 서울의 곳곳을 설명할 때 나도 즐거운 걸 보면 나도 어쩔수 없는 그저 그런 한국인인가 보다.
그가 불교신자인 걸 감안, 사람으로 붐비는 비좁은 연주대 가는 길을 뚫고 연주대에 가서 그의 기도를 지켜보았다.
연주대에서 본 2월의 과천쪽
그가 무슨 기원을 드렸는지 모르지만 그의 기원이 실현되었으면 좋겠다.
연주대 아래로 보이는 폐사지의 등산객들
그리고 연주대 난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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