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일폭포 오르는 길
2000. 5. 21
쌍계사 뒤편 불일폭포 오르는 길
이정표에 새겨진 이킬로, 그 정도쯤이야
사뿐사뿐 산길을 오르는데 얼마를 올랐을까
헉헉대는 숨소리, 가쁜 모퉁이를 돌자
다시 나타나는 이정표
거리가 별반 줄지 않았다, 돌아설까
어디선가 들리는 물소리, 저 길
따라가다 보면
떨어지는 천길 폭포수, 볼 수 있겠지
참고 오르기로 하는데 가도 가도
이정표는 나타나지 않고
밀려드는 아득함, 사방이 어두워지고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얼마나
남았는가 최치원이 학을 불렀다는
환학대를 거쳐 한무리 내려오는 등산객들
부질없는 궁금증이 머리를 스치지만
그들 또한 올라가고 내려오고 그저
스쳐가는 길 거리도 시간도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기에
묻지 말자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불일폭포 오르는 길
차츰 차츰
이정표 없는 길도 견딜만해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내 딛는 발에 힘이 붙기 시작했다
지리산 쌍계사 도원암에서 삼박삼일을 보냈습니다. 2000년 5월에도 그길을 갔나 봅니다. 그때 쓴 시가 있어 한번 옮겨 보았지요. 좀 쑥스럽네요.
여기가 쌍계사 도원암입니다. 첫날 스님이 된 후배와 밤이 이슥하도록 이야기를 나누고 삼개월의 동안거를 끝낸 그는 다음날 길을 나서고 저혼자 도원암을 지켰습니다. 삼일내내 내리는 비소리를 들으며 꽤 괜찮은 휴가를 보냈습니다.
쌍계(雙磎)에 들다
2010. 4. 3
만나고 헤어지고 무어 그리 큰 대수랴
양 갈래 물줄기 헤어지고 만나고
만나고 다시 헤어지는 쌍계사 도원암
다 돌 위를 흘러가는 물이 빚은 것이지요
쌍계의 계가 물수변이 아닌 돌석변임을 들려주는
15년만에 만난 후배의 목소리는
도란도란 물소리를 닮아있다
한자는 뜻이 하나 생길 때마다
글자를 하나씩 만들어서 5만자나 되고
그게 중국문화의 장단점을 대변한다고
나는 대꾸하지만 그렇게
승계의 말과 속계의 말은
양갈래 물줄기처럼 쉬 섞이지 않아
자꾸만 엇박자를 내는데
구비구비 얼마나 더 많은 갈래를 지나야
때와 시절도 모두 잊고
저 물같이 흘러갈 수 있을까
저 돌같이 깊이 박힐 수 있을까
도화는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동백만이 홀로 피어 붉게 타는 도원암의 밤
섬진강도 화개천도
찰랑찰랑 귓가에 물소리로
맴돌 뿐
보이지 않네
보이지 않네
스님이 된 후배가 건네준 지리산 고로쇠 수액, 지금 지리산은 바야흐로 고로쇠 철이다.
여기가 지리산 쌍계사 도원암
쌍계사 입구에 있는 한적하고 운치있는 암자입니다.
저 멀리 지리산엔 운무가 가득합니다.
도원암이라지만 때가 일러서인지 도화는 보지 못했지요
둘째날 빗속을 뚫고 불일폭포까지 갔다 왔습니다. 여기가 최치원이 학을 불렀다는 환학대이지요.
환학대 푯말
불일폭포까지 이정표는 정말이지 예전과 하나 변한게 없더군요. 이렇게 반정도 쯤에서 이정표가 하나 있고요
거의 다가서 불일암 근처에 하나 있지요.
구름에 가려 천길 불일폭포가 가물가물 합니다.
높이 60미터의 불일폭포가 내리는 비로 장관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쌍계사 팔상전, 내리는 비와 성에가 낀 카메라렌즈가 이렇게 연출을 해 주었습니다.
세째날 의신마을을 가면서 혼자 놀고 있답니다.
의신마을 가는길, 올라온 길과 가야할 길
지리산 계곡의 절경
의신마을 가면서 뒤돌아본 지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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