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임영조
온몸이 쑤신다
신열이 돌고 갈증이 나고
잔기침 터질듯 목이 가렵다
춥고 긴 엄동을 지나
햇빛 반가운 봄으로 가는
해빙의 관절마다 나른한 통증
그 지독한 몸살처럼
2월은 온다, 이제
무거운 내복은 벗어도 될까
곤한 잠을 노크하는 빗소리
창문을 열까말까
잠시 망설이는 사이에
2월은 왔다 간다
늘 키 작고 조용해서
간혹 잊기 쉬운 女子처럼.
2월 23일. 양재천가로 버들강아지들이 봄을 부르고 있네요
먼데서 이기고 오는 개선장군처럼 봄이 드디어 오는가 봅니다.
해빙의 관절마다 나른한 통증이 이는 ..... 그런 날들입니다.
나른한 오후 .... 새들도 물가를 떠날줄을 모르는군요.
내 손목에서 언제 시계가 사라졌는지 모른다 알프스 산맥에 갇힌, 세계의 시간을 지배하는 나라에서 건너온 최고급은 아니지만 자랑처럼 흔들어 보이기도 했던 그 시계, 언제부터인가 없다 물론 그냥 사라진 것은 아니다 기계적으로 일초에 한 번 가는 그 시계는 현대문명의 빠른 보폭도 진보의 느린 보폭도 맞추지 못하였다 아니, 모든 보폭을 맞추지 못하였다 내가 먼저 그것을 버리기로 했다 그렇게 그 시계는 박살났다 멈처 버렸다 나는 時盲이 되었다 그리고 보기좋게 나자빠진 긴 긴 겨울잠, 어쩌면 그 시계가 먼저 나를 버렸는지도 모른다 현대문명과도 진보의 발자국과도 불협화음을 내며 주춤주춤 머뭇거리던 나를, 좌충우돌하던 나를, 그립다 그 시계, 자주 고장이 나 뜯어보기도 했던, 가끔씩 열도 받고 그것이 즐겁기도 했던(황진혁 '스위스' 전문)
※ 스위스의 시계산업은 산맥에 갇힌 그 나라 아녀자들이 긴 긴 겨울을 버티는,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손재주를 발휘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기다림, 구걸하지 않는 시간이 만들어낸.....
참고로 이 사진은 작년 2011년 3월 13일의 양재천 버들강아지
그리고 버드나무 사이로 유유자적한 청둥오리
늘 키 작고 조용해서 간혹 잊기 쉬운 여자같은 2월입니다.
아름다운 봄은 쉽게 오지 않는 법이지요...
시샘하는 바람과 비 .진눈깨비, 그렇게 그렇게 애를 태우며 옵니다
소중한 것들은 다들 그렇지요. 늦어지는 봄처럼 말입니다.
희망이 좀 늦어지더라도 지치지 말아야겠습니다.
좀 늦어지더라도 언젠가 봄처럼 그렇게 올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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