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길게/자작시

계절풍

빛의 염탐꾼 2014. 3. 18. 21:52

계절풍

2012.4

 

바람이 분다 천국의 바람

 

덜컹거리는 문틈 사이로 천국의 언어가 꽃을 피운다 무상교육 무한복지 꿈인 듯 생시인 듯 흩어지는 공약들 이상해요 겨드랑이가 가려워서 미칠 것 같아요 몽롱한 천사의 날개 아래 만국의 미세먼지 취한 바람을 타고 대동단결 온갖 새들을 태우고 날아온다 목이 길고 다리가 짧은 혹은 다리가 길고 목이 짧은 모양은 제각각인데 부리가 비정상적으로 발달했다 분분한 낙화 아래 열병처럼 퍼지는 고병원성 조류독감내 몸에도 날개가 돋아나고 있어요 두 발과 날개 달린 짐승을 조심하라고요 꽃가루는 찬서리로 내려 어린 싹들이 얼어붙고 나는 봄꽃처럼 하얗게 질린 얼굴로 언제 어디로 날아갈지 모르고요 전염성과 중독성 강한 저 바람의 냄새는 정체를 의심하기엔 너무나 달콤하고 인간적이어서 그래요 꿈속에서 나는 머지않아 대동결사를 부르짖을지도 모를테지만 딩동 누군가 초인종을 누르는 소리 짧은 잠에서 깬다

 

나가보니 사람은 온 데 간 데 없고 천사가 바람이 누르고 갔나 심판의 날이 다가옵니다 천국의 문을 두드리세요 현관 문틈에 끼인 파수대 한 부 그 아래 쌓인 바람소리 요란한 선거공보물

 

  

* AI : “Avian Influenza” 조류 인플루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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