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성분
2013 가을
봄비가 감질나게 내리는 건 산벚꽃 아직 지지 않아서지 하늘의 모든 구름들 산과 들로 내려와 온다던 빗줄기 여태 소식이 없고 만개한 꽃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도 모자라 온 몸에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데 누가 내 눈에 흙을 뿌렸나 눈 앞은 온통 뿌옇고 풍경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넘나들며 곱기만 하네
구름의 피부를 상하게 해 선 안 되기에 봄은 썬크림의 계절 산벚꽃 진 자리 뚝 뚝 떨어지는 생채기와 깊은 멍 모든 봄꽃들이 증발하여 하늘로 올라가면 다시 구름이 되는건가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건 언제나 증발한 꿈자리 뿐이여서 봄 날의 산행은
그저 앞 산을 다녀왔는데 어디 먼 데를 다녀온 듯도 해
막막한 내일 위로 뿌려지는 졸업식날의 밀가루같은, 구름의 성분은 봄 날의 일장춘몽 일장춘몽을 그리워하는 조용히 왔다가는 봄비, 창문에 일렁이는 봄꽃의 그림자 또는 막걸리와 파전이 범벅된 어젯밤 기억이 오기 전의
몽롱함과 먹먹함, 그리고 우울
'짧고 길게 >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우라지, 건너지 못하는 (0) | 2014.03.18 |
---|---|
계절풍 (0) | 2014.03.18 |
아우라지, 건너지 못하는 (0) | 2013.09.23 |
생각나는 두편의 시 (0) | 2013.06.04 |
[스크랩] 봄을 부르는 시 2편과 2월 23일의 양재천풍경 (0) | 2012.0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