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길게/자작시

봄비, 실어 나르다

빛의 염탐꾼 2015. 4. 14. 12:47

봄비, 실어 나르다

 

 

간밤의 기억 좀 찾아 달라고요 네 맞아요 앞뒤가 똑같은 전화번호, 순간적으로 취했나봐요 봄꽃들이 언제나 한철이라 기억도 따라 져버렸나 봐요 죄송해요 저희가 사람을 실어 나르지 기억을 실어 나르지는 않거든요 그렇지만 꿈이었다고 말한다고 다 잊혀지는건 아니죠 앞뒤가 딱 딱 들어맞는, 그건 광고문구고요 원래는 앞뒤가 많이 어긋나기 마련 아닌가요 그런데 봄꽃들은 왜 그리 한순간이냐고요 짧고 굵게 사는 게 지상최대의 목표인가 보죠 손님도 한번쯤 그런 걸 꿈꾸지 않았나요 신속정확을 외치는 스팸문자 속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최선을 다하면서 말이죠 싸고 안전하다는 게 어울리는 봄날이라지만 우리는 그저 짧은 취객, 꽃도 마음도 피어나기 무섭게 흘러가 버리는 걸 어떡하겠어요

분주한

 

잎 꽃

잎 꽃 잎

 

빗방울 소리에 실려

소리 소문도 없이

어디론가 가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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