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길게/자작시

봄밤

빛의 염탐꾼 2015. 3. 23. 17:36

봄밤

 

 

손연재가 리본을 들고 마루로 올라서자

승무의 장삼자락과 흰 수건이 나풀거린다

온몸의 힘을 빼고 모든 관절을 꺾어라

지켜보는 코치진의 목소리가 낮게 깔린다

농악에도 사계가 있다면 열두발상모는 분명

봄의 손목에 들려있는 수구, 한창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수양버들

한 그루

 

수타

수타

 

밤의 기장을 당기고 때리며

물빛 유혹을 하는데

발 가는 데로 손 가는 데로

흐르는 강물처럼

 

불어라 바람아

 

면발과 엿가락처럼

오래된 노래테잎에서 흘러나오는 리듬처럼

한없이

늘어지고도

점수를 후하게 받는 날이 있다면

그건 봄밤이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