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손연재가 리본을 들고 마루로 올라서자
승무의 장삼자락과 흰 수건이 나풀거린다
온몸의 힘을 빼고 모든 관절을 꺾어라
지켜보는 코치진의 목소리가 낮게 깔린다
농악에도 사계가 있다면 열두발상모는 분명
봄의 손목에 들려있는 수구, 한창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수양버들
한 그루
수타
수타
밤의 기장을 당기고 때리며
물빛 유혹을 하는데
발 가는 데로 손 가는 데로
흐르는 강물처럼
불어라 바람아
면발과 엿가락처럼
오래된 노래테잎에서 흘러나오는 리듬처럼
한없이
늘어지고도
점수를 후하게 받는 날이 있다면
그건 봄밤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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