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C 안팎
- 바람의 마을에 와서 2 -
내일 아침 0°C 안팎의 꽃샘추위가 다시 온다네요 어머니 요 며칠 웬일로 바람이 잦아드나 했더니 그럼 그렇지 십일월에서 삼월까지 어김없이 찾아오는 앞집 형수님의 계절성 우울증과 구순 숙모의 울화성 고함소리와 황혼이혼을 당한 뒷집 아저씨의 한숨소리, 삼월이 되면 세상의 바람이란 바람은 이 마을로 다 모이나 봐요 어머니
우울과 불화는 출생의 비밀도 특별한 스토리도 없는 이 오래된 공동체의 탁한 유전자 고뇌에 찬 식민지 지사 풍으로 70년대 신경림 시인 풍으로 한 며칠 놀다 바람처럼 떠나려 했는데 삼월 즈음의 수온주는 오차범위 ±5도를 넘어가고 풍향계는 내외를 가리지 않고 동서와 남북을 넘나들고 골다공증을 앓는 늙은 모친은 오늘도 곰국을 우려내는데
엄마 등골 다 빼먹고 네 놈이 뛰어봐야 얼마나 뛰겠니 분수를 알아야지 이십일세기 대명천지에 성골 진골 왠 계급타령이요 냉골과 우골탑이 무슨 분황사탑이라도 되나요 돈세탁 신분세탁도 모자라 이제는 이념세탁이요 어머니 오늘도 구순이 넘은 앞집 아지매는 도로가를 자기네 땅이라고 마구 파대는데 십대 째 내려온다는 이 터는 도대체 언제 천지개벽 될까요? 가지마라 얘야 꿈속까지 따라오는 호미소리에 잠을 못 이루겠구나 봄은 오기도 전에 회오리바람을 먼저 보내고 나선형의 세월은 오래된 희망사항이고요 계절은 돌고 돌아 영원히 그 자리 내 마음은 얼어붙어 풀릴 줄을 몰라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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