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길게/자작시

삼한사온도 다 옛날 얘기

빛의 염탐꾼 2016. 12. 14. 19:23

삼한사온도 다 옛날 얘기 - 신년운세 건강편

 

 

 

관악산 염탐도령 왈

 

기별 없이 왔다가 기별 없이 가버린 젊은 시절은 잊어버려 젊은 날의 아버지들을 봐 사나흘 집을 비웠다가 술에 취해 불쑥 나타나서는 군사부일체 가화만사성 옳은 말만 중언부언, 사나흘 잠에 빠져 있었지 어느 날 잠에서 깨니 다시 보이지 않고 그리고 대충 리플레이 아버지의 헛기침소리와 함께 찾아왔던 감기 또한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고 이것도 대중없이 반복재생 무슨 삼한사온도 아닌 것이 구구절절 안 봐도 자동녹화 이제 자네도 반백년을 살았으니 그 아리송한 기별과 기미라는 것도 알고 보면 삶의 어느 행간에 잠복하고 있는 체면치레란 걸 충분히 알만한 나이 삼한사온도 다 옛날 얘기 자네 몸속엔 습한 바람이 불어 살들이 말라비틀어지고 뼈들은 무거워져만 가고 있어 세상을 떠돌던 늙은 아비의 뒤늦은 귀가처럼 늙어 간다는 건 어쩌면 기별도 없이 와서 영영 떠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 비염도 천식도 자네 몸의 일부 달포를 훌쩍 넘어가는 코감기와 목감기도 일상이 되고 세상살이 그 자체가 만성,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쳐봐야 뭔 소용 온다는 것들은 영원히 오지 않거나 와도 오는 시늉만 하고 떠나는 경우가 많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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