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같은
경찰서 게시판 현상수배 전단지에는 여성들의 얼굴로 도배되어 있다
마음에 품는 미움도 죄가 되어서 다들 조금씩 다르지만
여성들의 몸에는 몇 범씩의 전과가 문신으로 새겨져 있다
그 모든 기록은 남자들이
덮어씌운 가문의 영광, 또 다른 이름은
깊고 고요한 누명
세상의 모든 남자와 어미들은 저를 평생 죄인 취급 했어요 아니요 저도 공범 이예요 평생 한 우물을 팠더니 내 볼에 우물 같은 보조개가 생겨났어요 백년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눈물샘, 그건 절대 웃음이 아니예요 동아줄에 매달린 두레박으로 날마다 길어 올린 것은 편견과 차별, 언제나 조롱과 멸시가 쏟아졌어요 할 수만 있다면 당장 메꿔버리고 싶어요 우물 앞에 서면 늘
목이 타고
목이 메이는
마음이 우물 같다는 건
파도와 격랑이 솟아나는 불안과 우울의 감옥
나는 우물에서 태어나 우물가에 홀로 버려진 아이
우물아 우물아
이 세상에서 누가 죄를 제일 많이 지었니?
여기에서 백마 탄 왕자를 만날 수 있을까요? 글쎄요?
열두시가 되면 한 쪽 구두를 벗어던지고 우물로 돌진하세요!
그들은 오늘도 우물로 간다
징검다리 같은 열녀문과 열녀비를
뒤뚱뒤뚱 밟고서 뱀처럼 또아리 튼
금 간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아기를 남편을 어미를 아비를 동생들을
들쳐 매고 혹은 밧줄을
목에
걸고
고해성사를 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