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길게/자작시

봄 6

빛의 염탐꾼 2019. 2. 27. 14:50

봄 6 

    


 

봄이 노란 버스를 타고 출발한다

봄의 다른 이름은 새 출발의 다짐

교도소에서 출소한 우리들은

단체로 노란 두부를 씹어 먹는다

소리에도 색깔이 있다면

아기들의 첫울음은 분명

노란색을 띄고 있을꺼야

노란 원복을 입은 어린이집 아이들을

먼저 태우고

뒤를 이어

노란가방을 맨

유치원 병아리반 아이들과

초등학교 입학생을 싣고서


눈 가리고

입 막고

노란 경고등을 깜빡이며

중앙선을 넘고

횡단보도를 가로질러


노란 버스는

달린다


민들레의 꽃말은

지난날의 나는 잊어 주세요라지요


스스로를 가둬 버린

산수유 개나리 울타리

하늘이 노래지도록

두부김치엔 막걸리가 최고죠

물결무늬 노란 샤쓰를 입고

옆구리에 혹은 팔뚝에

큐피트 화살이 심장에 박힐 때까지

一心을 되새기며

차카게 살자

차카게 살자

겨울 가을 여름과 다른 의성의태어로

흘러가는 여울목

 

그 뒤로

미세먼지 내려앉은

황토길 봄의 들판


싹수가 노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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