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동안
찔레꽂이 가시 돋친 혀를 내밀며 말한다
피멍이 들도록 허벅지에 바늘을 찔렀더니 봄이 왔어요
오리나무가 고픈 배를 움켜잡고 말한다
찬 물에 꽁보리밥을 말아 먹고 방귀를 몇 번 뀌었더니 봄이 왔어요
소나무가 굵은 솔방울을 떨어뜨리며 말한다
머리털이 다 빠질 때까지 언 땅에 머리를 박았더니 봄이 왔어요
물가의 버드나무가 버들강아지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얼음장 아래에서 냉수마찰을 했더니 매끈한 피부로 봄이 왔어요
왕벚나무가 왕방울만한 눈을 부라리며 말한다
광화문에서 떼거지로 태극기를 흔들었더니 봄이 왔어요
늙은 상수리나무가 합장하듯 두 손을 포개며 말한다
동굴 속에서 백일동안 마늘과 쑥을 먹으며 촛불기도를 드렸더니 봄이 왔어요
인디언인형처럼 비가 내릴 때까지
모두 모두 산불됴심
조용히 듣고 있던 대왕참나무가 말한다
다들 일등공신 이다
높은 벼슬을 내릴까?
후한 녹봉을 줄까?
귀양살이 유배를 보낼까?
우리의 기세가 하늘을 찔러도
알고 보면 백일천하 일장춘몽
자 모여들 보시오
백일기념사진 한 방 박고
돌잡이 실타래 잡듯 연필 잡듯 엽전 잡듯 화살 잡듯
백일잡이로 골라 골라
떠나시오
삼수갑산으로 시베리아 알래스카로 그린란드 파타고니아로 남극으로 북극으로 세종기지로 안나푸르나 다울라기리 마차푸차레 에베레스트로
이봐요 졸참나무, 딱히 마음에 드는 곳이 없으면 바람이나 잡으시오(나무들의 짧은 웅성거림)
가서
깃발을 꽂고
영지로 삼아
세력을 확장 하시오
(모든 나무들 고개를 조아리며)
성은이 망극 하옵니다(삼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