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 2 안개는 언제부터인지 늘 산중턱에 걸려 있고 마르지 않는 빨래는 며칠째 요지부동 세월을 죽이고 있다 우기의 마음은 습기 먹어 무거운 나무 문짝처럼 쉬이 열릴 줄을 모르는데 콩나물시루에 물 주는 거 잊지 말거라 네 키도 그렇게 쑥쑥 커간단다 아가야 가는 빗소리에 섞여 들려오는 시대를 초월하는 노모의 혼잣말 내 키가 이 모양인 게 비를 적게 맞아서 라고요? 도대체 콩나물시루가 어디 있다고 그러세요 토종 콩 재래 콩 제아무리 뛰어난 수입산 돌연변이 유전자조작 콩나물 으로도 제 키는 이제 자라지 않아요 차라리 밖에 나가 비를 쫄딱 맞고 감기나 걸려버려라고 악담을 하시지 그래요? 평소에는 잠꾸러기였지만 우기에만큼은 일찍 일어나서 학교에 갔어요 그게 다 식구수보다 턱없이 부족한 우산을 선점하기 위해서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