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이
눈물이 응어리진 자리에서는
톱날의 위력도 주저앉고 만다
거짓된 돌출을 마다한 진실
치떨리는 분노로 살아온 시대의 증인이기에
칼끝으로 불어오는 세월의 바람 앞에서도
흔들릴 수 없는데
짓밟힌 무게로 울어대는 외침은
누구의 것이기에
저토록 태연할 수 있을까
곧게 크기만을 강요하는 이 땅을
거부하며 살아온
숨겨진 역사의 중심
시대가 만들어 낸 골 깊은 자리
살을 잘라내어야만 했던 과거가 있었다 해도
활 활 타오을 때를 기다리는 꿈의 잉태
화려하고 굵은 나무일수록
햇빛을 멀리하며 그늘로 살아온
옹이의 침묵
비수는 더욱 단단하다
199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