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길게/자작시

옹이

빛의 염탐꾼 2008. 8. 24. 19:06

옹이

 

 

눈물이 응어리진 자리에서는

톱날의 위력도 주저앉고 만다

 

거짓된 돌출을 마다한 진실

치떨리는 분노로 살아온 시대의 증인이기에

칼끝으로 불어오는 세월의 바람 앞에서도

흔들릴 수 없는데

짓밟힌 무게로 울어대는 외침은

누구의 것이기에

저토록 태연할 수 있을까

 

곧게 크기만을 강요하는 이 땅을

거부하며 살아온

숨겨진 역사의 중심

시대가 만들어 낸 골 깊은 자리

살을 잘라내어야만 했던 과거가 있었다 해도

활 활 타오을 때를 기다리는 꿈의 잉태

 

화려하고 굵은 나무일수록

햇빛을 멀리하며 그늘로 살아온

옹이의 침묵

 

비수는 더욱 단단하다

 

199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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