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텃밭-생활의 발견

지상의 방한칸

빛의 염탐꾼 2009. 1. 13. 17:48

굳이 프로이드의 '꿈의 해석'을 떠올리지 않고서라도 '꿈'이란 참 오묘한 물질(?)임을 느낄 때가 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 중의 하나이다. 아침에 잠시 꿈을 꾸었는데 구체적인 정황은 생각나지 않고(하여간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것 같은데) 깨어나니 한사람과의 대화가 뚜렷이 남아있는데.....

바로 김태영이다. 경북대학교 '우리노래반'의 가수이자 노래모임 '모토'의 가수였던.... 왜이지... 무슨 이유로.... 그녀는 나와 그리 두터운 사이도 아니였건만..... 꿈속에서 태영이가 열심히 계란후라이을 하고 있었는데 내가 가서 "왜 이리 많이 하니, 내 먹을 것은 좀 남겨주지" 뭐 이런 대화를 한 것 같다. 그리고는 금세 잊어버렸다. 꿈이란 원래 그런 것이니 하면서....

 

일어나 대충 씻고 외국인 거류증명(외국인이 기숙사가 아닌 밖에 살려면 이런 걸 해야 한단다)을 하러 관할파출소에 가는데 문득 '지상의 방한칸'이란 노래가 생각나고 이 제목으로 블러그에 글을 올려야 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가는데....... 그 찰나, 아침의 뭐 그리 특별하지도 않은 그 꿈이 다시 머리를 때렸다. 그 노래는 1991년 쯤, 대구경북지역대학노래패 동아리들이 대구경북지역대학노래패연합이란 걸 만들어 각대학을 순회하면 공연할  때, 태영이가 자주 불렀던 노래라는 것, 영남대노래패 '예사가락' 의 가영이가 주로 부른 '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하지 않았네'와 함께 공연 중의 단골 레파토리로 기억되는, 가사 중에 '이 땅위에 하늘 아래 방 한칸, 살려는 벅찬 몸부림' 뭐 이런 어설픈 민중주의적인 색채가 녹아있던, 지금 생각하니 억지스런 고달픔과 가난으로 노동자들을 선동하려는 목적이 깔린...... 하여간 그 때는 집값이 하늘 모르고 뛰고 백성들이 너도 나도 제집갖기 대열에 동참하던 때, 나도 가끔 흥얼거렸던 노래이다.

 

하여간 '꿈의 해석'이니 뭐니하는 어려운 문제는 각설하고 내가 살고 있는 지상의 방한칸, 아니 '이 땅위의 하늘 아래 방한칸(아니 두칸이다.)'을 소개한다.

 

 

안방-침대가 놓여있고

 

 

노트북과 텔레비젼이 한켠에

 

 

안방에서 보는 바깥풍경

 

 

온통 회색이지만 그래도 포근한

 

 

비어있는 작은방 그래서 조금은 을씨년스러운

 

 

현관문을 열면 나를 처음 반겨주는 거실

 

 

작지만 나의 배고픔을 해결해주는 주방

 

 

작아서 많이 불편하지만 화장실, 뭐 그까짓 것쯤이야.....

 

 

중국친구들이 황송하게도 방문-북화대학교 역사학과 석사과정 친구들

 

 

또 다른 여학생이 선물한 와인 한병 - 외로운 구정기간에 한모금씩 마시란다.

 

 

간단한 상차림-밥을 하고 소세지에 계란을 둘러 부치고 마트에서 산 김치와 깻잎까지.....

외국에서 살다보면 밥이란게 참 소중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