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가주망/문학

정신과 병동 - 마종기

빛의 염탐꾼 2009. 3. 27. 00:59

네이버 '윤선애 카페'에 가서 누군가가 올린 언론노조의 파업성명서를 보다가(몇일전 YTN노조 지도부가 구속되고 또 어제는 광우병쇠고기 문제를 다루었던 MBC PD수첩의 프로듀스가 전격구속되었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 날마다 곁눈질만 하다가 나왔던 이력을 던져버리고 처음으로 댓글을 달았다. 작년부터 시작된, 상황이 어쩜 이리도 시적인지.....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한편의 시를 옮겨본다.

 

참고로 아래 시는 마종기 시인이 1963년에 발표한 것으로 1963년이란 시대를 생각하면서 지금 상황과 대비하여 읽어보면 놀랍도록 섬뜩하다. 이시는 그해 김수영 시인이 칭찬(시인들이 본받아야 할 시라고)한 시로 시인의 의도가 어떠했는지를 떠나서 많은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지금 봄이지요 봄 다음엔 겨울이 오고 겨울 다음엔 도둑놈이 옵니다"라는 구절과 함께.....

 

 

精神科 病棟

 

비오는 가을 오후에

정신과 병동은 서 있다.

 

 지금 봄이지요, 봄 다음엔 겨울이 오고 겨울 다음엔 도둑놈이 옵니다. 몇살이냐고요? 오백 두 살입니다. 내 색씨는 스물 한 명이지요.

 

考試를 공부하다 지쳐버린

튼튼한 이 청년은 서 있다.

죽어버린 나무가 웃는다.

 

글쎄, 바그너의 作風이 문제라니 내가 웃고 말밖에 없죠. 안 그렇습니까?

 

정신과 병동은 구석마다

原始의 이끼가 자란다.

나르시스의 水面이

비에 젖어 반짝인다.

 

이제 모두들 제자리에 돌아왔읍니다.

 

抽象을 하다, 抽象을 하다

抽象이 되어버린 美術 學徒,

 

온종일 白紙만 보면서도

지겹지 않고

까운 입은 삐에로는

비 오는 것만 마음 쓰인다.

 

이제 모두들 깨어났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