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세한도-풍경의 발견

정약용 유적지, 두물머리, 남양주종합촬영소

빛의 염탐꾼 2010. 5. 24. 19:15

조카와 형수가 지방에서 올라와서 같이 서울근교의 가볼만한 곳을 찾다가 결정된 곳, 그들도 원하고 나도 안가본 것을 택한 것이 정약용 유적지, 복원된 건물 위주의 생가는 별 볼것이 없었고. 무덤으로 올라가는 길에 세원진 자찬묘지명이 눈길을 끌었다. 한달전에 읽은 정민교수의 '18세기 조선지식인의 발견'에 나온 그 자찬 묘지명이다.  

 

위의 것은 무덤속에 넣는 광중본인데 18세기, 아름다운 이상과 남루한 현실이 대비되던 그 시절, 일군의 새로운 지식인들은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시대를 한탄하며 죽을 때를 대비하여 묘지명을 직접 썼단다. 좀 객적은 짓이지만 그것으로 못다한 꿈을 풀었던 것이리라.  아래는 정약용 묘. 작은 비석은 1959년에 큰 비석은 1974년에 건립한 것으로 보아 예전에 비석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약용 생가터에 복원된 생가 

 

 이것은 문집에 넣기위한 집중본 자찬묘지명으로 우측에 글이 소개되어  있었다. 정약용유적지에 가면 꼭 보시라. 대학자인 그 또한 세상사에 말이 많은 한 평범한 인간이었음을 증명하는 글귀들이 쓰여져있다. 광중본이 격식을 갖춘데 비하여 집중본은 시의 형식을 빌린 글귀이다. 또 뜻을 펼치지 못한 그 시대 지식인들은 뜻이 맞는 친구에게 묘지명을 부탁하여 서로 써 주기도 했다는데 하여간 이 시대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블러그도 있고 카페도 있고 뭐도 있고 다 있으니.....

 

두물머리에서 바라본 한강.... 모습이 참 아름다웠으나 팔당댐이 들어서기 이전의 모습또한 궁금한게 사실이었다. 4대강 사업으로 말이많은 지금, 이 자리에 서니 자연스레 그 옛날 모래사장과 습지가 공존하는 강변이 머리속에 그려졌다. 

 

두물머리 느티나무, 멜러드라마나 멜러영화에 단골로 나오는 곳이란다. 주로 연인들의 극적 반전의 장면에 등장한다는데  

 

뜨뜨미지근하던 남녀가 열정적인 연인관계로 변화하는 시점이라든가 아니면 무슨 장애물을 만나 애정전선에 금이간 연인들이 이별을 선언하는(둘중 하나가 저 느티나무를 등지고 휙 돌아서고 남은 하나는 저 강물을 보며 넋놓고 앉아 있는 장면이겠지) 배경으로 등장한단다. 두물머리,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지점, 어쩜 한강도 여기에서 한번 극적인 반전이 이루어지니.... 그 배경은 딱이다.

 

남양주종합촬영소의 판문점 세트장, 공동경비구역 JSA, 동해물과 백두산이, 간 큰 가족 등을 찍은 세트장이란다. 아직까지 멀쩡한 것을 보니 반영구적 세트장인 듯 하다.

 

운당에서 바라본 남한강과 양평쪽

 

운당은 1994년 남양주종합촬영소에서 제일 먼저 들어선 건물로 원래 종로구 운니동에 있던 조선후기 양반가옥 운당을 복원한 건물이다. 세트장이라기 보다는 거의 완벽에 가깝게 복원한 건물로 거의 영구적인 세트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황진이, 왕의 남자, 가문의 위기, 짝패, 스캔들, 해신, 다모 등을 찍었고 지금도 신데렐라 언니를 찍고 있다고 한다.

 

조선후기 양반가옥의 특징을 잘 살린 이 건물에서는 북한강과 양평 쪽의 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다른 세트장과 멀리 떨어져있어 자칫하면 외면하기 쉬운데 조금 발품을 팔면 그에 합당한 눈요깃거리를 제공해주는 곳이다.  

 

운당 조금 밑에 있는 민속마을세트1의 모습이다. 일회성 세트장과 반영구적 세트장의 중간 형태로 취화선, 황진이, 스캔들, 다모, 토지, 해신, 추노, 동이 등을 찍었던 곳이란다.

 

일회성 세트장은 아니나 이렇게 기와 부분은 스티로폼과 솜으로 만든뒤 그 위를 페인트 등을 뿌려 만들어졌다. 지금 범람하는 지자체의 사극 세트장도 다 이와 같을 것이다.

 

곳곳에 균열이 가고 부패가 되어 검은 물감을 뿌리고 다시 부패하고

 

화면에서는 보이지 않는 '참을 수 없는 세트장의 가벼움'이다. 그 비싼 진짜 기와로 다 짓지 않는 한 어쩔수 없는 일이긴 하나, 전국에 수많이 산재된 기존자원인 민속마을을 이용하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민속마을세트1에서 내려다본 판문점세트장과 민속마을세트2

 

민속마을세트2는 일회용세트로 요즘 범람하는 퓨전드라마나 퓨전영화에 이용되었단다. 퓨전답게 세트의 건물모양은 국적불명이고 특정 영화의 한 장면을 위해 건설되는 관계로 재료나 건축기술이 허술하기 짝이 없다. 또다른 세트장이 건설될때 까지 남양주의 또다른 우범지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일회성 세트장은 이렇게 을씨년스럽다. 그래도 여기서 형사, 음란서생, 황진이의 한장면이 탄생되었으리라.

 

남양주종합촬영소에는 야외 세트장만 있는게 아니라 실내 촬영스튜디오, 영화문화관, 영상체험관, 영상원리체험관, 영상교육관, 미니어처 체험전시관, 소형스튜디오, 의상, 소품실을 구비하고 있어 시나리오만 있으면 한편의 영화를 원스톱으로 촬영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촬영장이랍니다. 아래는 소품실로 각종 소품이 총 망라되어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