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추하다는 말을 들었다
- 허 연 -
배고픈 고양이 한 마리가 관절에 힘을 쓰며 정지동작으로 서
있었고 새벽 출근길 나는 속이 울렁거렸다. 고양이와 눈이 마주
쳤다. 전진 아니면 후퇴다. 지난밤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나와 종
일 굶었을 고양이는 쓰레기통 앞에서 한참 동안 서로의 눈을 바
라보며 서 있었다. 둘 다 절실해서 슬펐다.
"형 좀 추한 거 아시죠."
얼굴도장 찍으러 간 게 잘못이었다. 나의 자세에는 간밤에 들
은 단어가 남아 있었고 고양이의 자세에는 오래전 사바나의 기억
이 남아 있었다. 녀석이 한쪽 발을 살며시 들었다. 제발 그냥 지
나가라고. 나는 골목을 포기했고 몸을 돌렸다. 등 뒤에선 나직이
쓰레기봉투 찢는 소리가 들렸다. 고양이와 나는 평범했다.
간밤에 추하다는 말을 들었다
* 일년전에 읽고 머리속에서 지워지질 않아서 인터넷에서 찾으려해도 제목이 떠오르질 않고.... 다시 도서관가서 빌려서 오늘 읽어보니 '간밤에 추하다는 말을 들었다'였다... 제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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