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길게/자작시

빙폭에게 길을 묻다 - 신년운세 진로편

빛의 염탐꾼 2015. 3. 11. 14:57

빙폭에게 길을 묻다 - 신년운세 진로편

 


관악산 육봉 아래 문원폭포에서 도를 닦는 전혀 용하지 않고 신조차도 내리길 거부한, 당연히 점괘가 하나도 안 들어맞는 염탐도령이 내 꿈에 나타나서 말했다

 

온 몸에 고드름을 매달고 있는 형국 천 길 낭떠러지에 거꾸로 매달려 세상을 맘껏 비웃어 봐 밀고 당기고 떠밀리며 흐르는 게 쓸쓸해지면 한 계절 미동도 없이 송곳 같은 냉소와 조롱의 날을 간다면 그건 금상첨화 희망이다, 꿈이다, 그건 한밤의 신파극처럼 피어나는 봄 아지랑이, 눈물샘만 자극할 뿐 고드름은 언제나 속을 감추고 한없이 미끄럽지 뒷짐 지거나 주머니에 손 넣고 어슬렁거리다간 뒤통수 깨질 수도 있어 흐르는 것도 얼어붙어 있는 것도 둘 다 그리 나쁘진 않아 희망의 노래도 풍자의 비웃음도 그 자체로는 아름답지도 천박하지도 않지 자연스레 때를 기다리게 아우성도 침묵도 울리기는 마찬가지 삶은 계절과 같아 어디에도 머물 수 없고 빙하기와 해빙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어 빙벽은 아찔하게 찬란하고 그래서 삶은 아름답고도 무서운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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