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튀어라 – 신년운세 재물편
비둘기를 가리키며 염탐도령이 물었다 저것이 자네 눈엔 무엇으로 보이는가 새 아닙니까 새 자넨 그게 문제야 저건 평화야 평화 그럼 검은 비둘기는 흑색선전용인가요 올해 금전운을 봐달랬더니 왠 뜬금없는 비둘기타령입니까 걱정말게 자네 몸엔 퍼내도 퍼내도 솟아나는 우물이 들어 있네 그런데 그 우물은 남쪽으로 흘러야 하네 오른쪽으로 가도 그럭저럭 좋고 북쪽과 왼쪽은 재물이 새나가는 곳이니 쳐다보지도 말고 단단히 틀어막게나 아니 무슨 80년대 안기부타령이요 지금은 국정원시대라니깐요 잠깐 그리고 붉은색은 피하고 파란색을 가까이 하게나 아니 도사님 강산이 몇 번이나 변했어요 세상물정에 그렇게 어두워서 무슨 남의 미래를 본다고 그러세요 재물의 들고남에 동서남북과 색깔이 무슨 관계가 있답니까 이보게 세상 사람들이 가리키는 곳을 그냥 말없이 따라가 보게 현실은 거기에서 놀아나고 돈도 명예도 권력도 다 거기서 나오는 것이니까 어떡해요 전 누군가가 가리키는 곳은 쳐다보기도 싫은걸요 그러자 염탐도령이 말했다 자네와 난 세계관과 철학이 맞지 않으니 다시는 찾아오지 말게나 그 자세론 기도빨도 안 먹히고 제대로 된 점괘가 나오지 않아 그럼 복채는요 필요없다네 어쩜 도사님 말씀이 다 틀리지는 않군요 신년부터 돈이 굳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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