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분의 식사
- 이민하
두 사람은 악수하고 두 사람은 얘기하고 두 사람은 웃고
한 사람은 빈 의자 옆에 앉아 창밖을 본다
악수는 셋이서 못 하나?
일곱이서 손을 잡으면 그건 체조가 되나?
밖에는 흰 눈이 목련꽃처럼 떨어지는데
일곱 사람이 모이면 1인분의 밥공기처럼
일곱 개의 우정이 분배될까
번갈아 짝을 맞추면 스물한 개의 우정이 발명될까
서넛씩 대여섯씩 뭉치면 동심원처럼 늘어나는
기하급수의 우정을 위해
종소리가 울려 퍼지듯
주방에는 낡은 냄비 낯선 냄비 동시에 끓고
일곱 사람이 동시에 입을 열면
세 쌍의 대화와 한 명의 독백이 발생할까
한 쌍의 대화가 탱크처럼 독백 위를 지나가고
세 쌍의 대화가 함께 폭발하면 거대하게 부푸는 핵구름 아래서
내통하는 입과 귀가 몰래 낳는 기형의 비밀들
목을 비틀면 벌컥
거품부터 입에 무는 맥주잔을 쨍그랑 부딪치며
귀를 틀어막을 수 없어서 소시지로 꾸역꾸역
입을 틀어막는 사람들
합창은 혼자서 못 하나?
일곱이서 입을 맞추면 그건 침묵이 되나?
밖에는 흰 눈이 까마귀처럼 떨어지는데
일곱 사람이 게임을 한다
두 개의 테이블을 국경선처럼 붙이고
법칙과 벌칙 사이에
모여 앉으면 나사처럼 끼워지는 홀수의 감정
컨베이어벨트처럼 게임은 돌아가고
술래가 된 사람은 007가방을 집어 들고 차례로 일어선다
첫번째 술래가 얼굴에 유니폼을 착용하고 자리를 뜬다
스무 살의 술래가 후닥닥 인사도 없이 따라가고
서른 살의 술래가 추적추적 그 뒤를 밟고
핏물 자욱한 화염 속으로 종적을 감추는 사람들
그다음이 누구든 상관없다는 듯이
밖에는 흰 눈이 토마토처럼 떨어지는데
수류탄처럼 심장을 말아 쥐고서
빈 의자 위에 앉아 있는
나는 여덟번째 사람, 혹은
아직 오지 않은 첫번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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