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과 횡성의 경계에 있는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고장, 봉평과 오대산의 품안에 있는 월정사와 상원사엘 갔다 왔어요.
장평에서 내려 봉평으로 들어가는데 '메밀꽃 필 무렵'의 고장답게 온통 메밀밭입니다. 봉평에 도착하니 효석문화제로 온 동네가 북적거리고 때마침 소설속 배경처럼 오일장이 열리고 있더군요. 봉평은 평창과 횡성의 경계지점이라 교통이 매우 불편한 오지더군요. 장평에서 오가는 평창군시내버스 말고는 별다른 대중교통도 없답니다. 시외버스터미널이 따로 없어 용평면의 한 리인 장평이 오히려 그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봉평의 시내버스 정류장에도 노선시간표가 없고....... 삼면이 막혀 있고 오직 장평으로 가는 길이 나 있는, 정감록의 십승지 분위기 였습니다. 물론 다른 한쪽으로 휘닉스파크가 있어서 그쪽으로는사람들이 몰린다는군요. 들어가니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면소재지, 봉화군 춘양면같은 아늑한 분위기 였습니다. 어쨌든 메밀과 관련된 축제의 고장이니 만큼 온통 메밀제품입니다.
시내버스에서 만난 동네토박이 아저씨가 메밀은 원래 봉화 등 경상북도 북부지방에 더 흔했는데 소설 하나로 역전되었다고 아는척을 합니다. 내가 들어도(제가 바로 경상북도 북부 출신이라! 알고보면 강원도 ㅎㅎ) 맞는 말인 듯 합니다. 또 한국에서 쓰는 메밀은 거의 중국산이고 모든 메밀제품에 메밀가루 함량이 보잘것 없고 또 어떻고.... 요즘 늘 듣는 말들은 그냥 음식문화에 대한 우리의 대량소비욕망과 우리의 농촌 현실을 은폐하고 있는 듯 하여 조금은 씁쓸하더군요. 사실 고구마 감자와 함께 대표적 구황식물인 메밀은 점성이 떨어져 밀가루를 섞어서 쓴다지요. 특히 여름에는요(설명절마다 메밀묵을 하는 저희 어머니도 몇년 전부터는 중국산을 사서 쓰지요)
시장에서 메밀묵사발에 메밀막걸리로 메밀 고장으로 온 기분을 냅니다. 사실 이 여행은 인터넷 검색창에 '막걸리가 어울리는 여행'이라고 쳤더니 여기로 가라고 해서 온 것이랍니다. ㅎㅎ
본격적으로 봉평동네 구경...... 역시 강원도래요! 강원도의 대표, 옥수수를 시작으로
잣이 등장하고
하여간 없을 건 없고 있을 건 다 있답니다. 봉평 중고등학교는 현대식으로 새로 짓고 기숙사도 있더군요.... 들어가봤더니 참 깔끔했습니다.
면소재지 부근의 농가
강원도에서 저를 빼놓고 가면 안돼죠.....수확 끝낸 감자밭.... 여기저기 나뒹구는 감자
고추밭을 배경으로 한 농가
붉은 수수밭...... 장이모가 말한 건 수수밭일까 옥수수밭일까(?).... 내가 본 만주벌판엔 온통 옥수수밭 뿐이던데.... ㅎㅎ
김병연이 이 봉평동네를 지나갔다면 역시나 인심사납다는 풍자시 한편은 쓰고 갔을 듯..... 하여간 농작물에 손대면 안돼요....
밤이 되어 본격적으로 메밀밭 구경....
저 달은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분위기를 위해 연출된 것이고요..... 어쨌든 아이디어는 괜찮은 듯 합니다. 효석문화제는 수도권과 그리 멀지 않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좋은 아이디어를 갖춘 볼거리가 풍성한 축제로 자리매김 되어 가는 듯 했습니다. 손님들에 비해 장사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은 우리나라에선 어쩔 수 없겠지요.
요즘은 어딜 가면 도통 잠이 오질 않지요. 제 집을 떠나면 잠이 오지 않는게 늙었다는 거겠지요. 그래서 요렇게 놉니다.
다음날.... 소설속 배경을 재현한 집을 거쳐.....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은 파장분위기의 봉평오일장, 충주집이란 선술집에서 허생원과 동이가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으로 시작되지요.
메밀꽃을 한 번 더 눈에 담습니다.
조인가? 기장인가?.... 제 어릴때는 이런것도 심었는데 기억이란게 말입니다. 한 번 가면 돌아오지 않는 것이라서ㅎㅎ...아마 조인 듯 합니다. 뒤에는 역시 수수고요.
내 짧은 상상력으로 아무리 짜내어도 '소금을 뿌린듯한'이라는 표현보다 나은 말을 찾기가 힘들 듯 합니다. 소금이 옛날 장돌뱅이들의 주종목임을 감안 한다면 더욱 더 말입니다.
바위 틈에 홀로 핀 메꽃
이효석 문학관 언저리 쯤에서 바라본 봉평면 소재지
여긴 이효석선생이 13살까지 살았던 집이랍니다. 물론 그 후로 몇 번의 구조변경이 있었겠지요. 소유주가 다르고(이효석선생 아버님이 이 집을 다른 사람에게 팔았다더군요) 사람이 살고 있어서(지금은 살지 않는 듯) 지금은 이 집 몇백미터 아래쪽에 초가를 두른 생가를 만들어 놨더군요. 생가는 무조건 판에 박힌 초가(?)라는 저급문화관에서 나온 복원생가 보다 여기가 훨씬 좋더군요.
여기는 이효석선생이 평양에 살 때의 집을 만들어 놓은 곳.... 별로 감흥이 없는 건 당연하겠지요.
허생원과 성처녀가 만나서 동이의 '출생의 비밀'을 만들어낸 소설의 배경인 물레방앗간도 만들어 놓았습니다.
야시시한 사진 장면을 연출하는 곳도 만들어 놓았고요.
축제 도우미들이 허생원과 성처녀 분장을 하고 소설 속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네요.
배가 고파서 이번엔 메밀칼국수,를 먹었습니다. 이 집운 면을 직접 뽑아 직접 썰어서 삶아주더군요.... 제가 메밀묵과 칼국수를 유독 좋아하는 경향이 있지요.
오대산으로 가려고 장평을 거쳐 진부로 왔습니다. 월정사와 상원사를 갑니다.
고려적 팔각구층탑이 우뚝 서 있는 오대산 월정사..... 2004년 5(?)월 백두대간 녹색순례때 여길 스쳐서 오대산을 너머 홍천땅으로 갔던 길고 긴 여정이 생각나더군요.
월정사와 상원사를 비롯한 오대산의 모든 전각들은 육이오때 불에 타서 이 구층탑과 상원사 종을 제외한 건물들은 다 새로 지은 것이라 별 맛이 없지요. 안타까운 것은 육이오때 오대산 전각들은 다 방화로 인한 소실이란 데 있지요. 남쪽 군대들이 오대산에서 남하할 때 북쪽 군대들의 근거지로 이용되는 것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불을 질렀던 것..... 하여간 전쟁이란 눈꼽만치의 인정 사정도 봐주지 않는 무서운 놈입니다.
월정사 앞 계곡
그 유명한 월정사 전나무 숲
고사목이 된 오래된 전나무
미국 시에라네바다산맥 요세미티에 있다는 오래된 자이언트 세콰이어 고목을 닮았습니다.
이리 큰 고목은 첨 봤습니다. 그래서 길 가는 사람에게 부탁하여 사진 한 장 남깁니다.
상원사 풍경..... 참고로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는 구킬로미터의 거리..... 시내버스가 상원사까지 들어옵니다. 대중교통편이 아주 잘 되어 있고요 가는길도 오대산 계곡을 끼고 있어서 더할 나위 없더군요.
상원사 동종.... 우아합니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북대암이란 곳이 있는데 그 곳이 진부를 무대로 한 현대소설가 김도연의 '북대'란 작품에 등장하지요. 택시기사와 다방아가씨가 등장하는(기억이 확실하지 않지만) 공동화를 겪고 있는 쓸쓸한 강원도 산골의 정서가 확 다가와서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진부 시내 순대국집의 머루와 다래..... 주인아저씨가 벌초가서 따온 것이라더군요.
가을입니다. 남정네들이 산으로 물레방아간으로 들어가고 싶어 애간장타는 계절이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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