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6일
서울시청과 광화문을 거쳐 탑골공원에 이르러 라면에 소주 한잔..... 테이블이 하나 뿐이라 지날때마다 손님이 있어서 들어가지 못했던 낙원상가 육교 계단 아래집에서 아버지 어머니벌 되는 이들의 구수한 얘기를 듣는다.
단골 할아버지들이 부르는 이집의 이름은 '계단집', 방석집,이 아니라 다행이지만 아쉬운 건 이제 장소의 협소함과 힘에 부쳐 돼지수육을 하지 않는다는 점. 이후락과 권력자들의 이름이 잠시 등장하고 탑골공원의 오래된 전설 '비둘기 이모'이야기도 나오고, 이래서 장사가 돼느냐고 물으니..... 집세가 보증금 500에 월 70인데 전세로 돌리자고 해도 돈 많은 주인들이 싫테서 그냥 저냥 술손님 받아서 얘기하면서 세월 보낸단다. 끝에 '그래도 밑지면 하겠나' 한마디 덧붙이신다.
내친김에 종로3가의 오래된 골목을 돌고 돌아 오늘의 목적지 종묘에 이르니 쉬는 날이란다.
이 가을, 종묘 돌담길을 걸으며.... 낙엽활엽수와 흑운모화강암과 색깔과 백의민족 등 등을 머리속에 굴려봤지만 지구과학이 시가 될려면 오랜 숙성과 발효를 거쳐야겠다. 아무래도 다시 와야겠다. ㅎㅎ
10월 8일
해 저무는 들녘, 밤과 낮 그사이..... 양재천 한탕. ㅎ
10월 9일
친구가 동도 트기 전인 새벽에 과천으로 날아와서 관악산 일출을 보러 가잔다.
태어나서 산에서 보는 일출은 처음인가? 아니다, 설악산 대청봉에서 본 듯도 하다.... 일출도 보고 염탐도령도 만나고....
내 생애, 제일 이른 시각의 산행인 듯 한데 어쨌든 갔다 오길 잘했네. ㅎ
10월 10일
아카시아와 자귀나무, 그리고 박태기까지..... 이 놈들이 순콩가루집안 출신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일명 콩과.... 모든 출생의 비밀,들도 가을이 되니 드러나는구나. ㅋㅋ
아래는 페레스트로이카,다 거대담론의 종말,이다 말 많던 1992-3년경에 쓴 듯한, 지금과 천양지차의 사고를 가졌던 때이구나.
처서
굵고 실하지 못하면 태어나지 않음만도 못한
계절이 온다 사랑이여
눈물겹게 기다려야할 그 무엇이
아직도 남아
뒷골목의 무서운 구토, 누더기로도
쓰러지지 못하고 마른 몸뚱아리
뒤척임으로 끝내 남아
새벽을 타고 우는 사람아
굵고 실하지 못하면 시작하지 않음만도 못한
가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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