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3일
청계산 갔다가 잠시 한 눈 팔았더니, 곳곳에 철조망.... 여긴 무슨 비무장지대인가? 가끔씩 맹수들 울음소리와 총소리 비슷한 소리도 들리고 동물원의 늑대가 탈출했나? 무서버라.
우거진 숲을 헤집고 간신히 대공원으로 잠입에 성공. ㅋㅋ
첫째 사진 : 대공원상부 조절저수지가 가뭄에 활화산의 분화구처럼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세번째 사진 : 누가 내 손금 좀 봐 주실라우. 손바닥 위의 곤충 이름도 갈켜주면 더 좋구요. ㅎㅎ
그외 : 청계산에서 본 관악산 쪽 풍경, 동물원의 조류들(왕관비둘기?, 앵무새, 두루미, 홍학
10월 14일
지난주 화요일 갔다가 휴일이라 허탕쳐서 오늘 다시 종묘 갔다가 내친김에 청계천 한바퀴, 종묘에서 이 땅 봉건성의 깊은 뿌리를 보고 터벅터벅 김수영생가터까지 걷다.
김수영의 '거대한 뿌리'와 함께 생각나는 황지우의 '신림동 바닥에서'를 읽어본다.
巨大한 뿌리 -- 김수영
나는 아직도 앉는 법을 모른다
어쩌다 셋이서 술을 마신다 둘은 한 발을 무릎 위에 얹고
도사리지 않는다 나는 어느새 남쪽식으로
도사리고 앉았다 그럴 때는 이 둘은 반드시
이북친구들이기 때문에 나는 나의 앉음새를 고친다
8.15 후에 김병욱이란 시인은 두 발을 뒤로 꼬고
언제나 일본여자처럼 앉아서 변론을 일삼았지만
그는 일본대학에 다니면서 4년 동안을 제철회사에서
노동을 한 강자다
나는 이사벨 버드 비숍여사와 연애하고 있다 그녀는
1893년에 조선을 처음 방문한 英國王立地學協會會員이다
그녀는 인경전의 종소리가 울리면 장안의
남자들이 모조리 사라지고 갑자기 부녀자의 세계로
화하는 극적인 서울을 보았다 이 아름다운 시간에는
남자로서 거리를 무단통행할 수 있는 것은 교군꾼,
내시, 외국인의 종놈, 관리들뿐이었다 그리고
심야에는 여자는 사라지고 남자가 디시 오입을 하러
활보하고 나선다고 이런 기이한 관습을 가진 나라를
세계 다른 곳에서는 본 일이 없다고
천하를 호령한 민비는 한번도 장안 외출을 하지 못했다고.....
전통은 아무리 더러운 전통이라도 좋다 나는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구문의 진창을 연상하고 인환네
처갓집 옆의 지금은 매립한 개울에서 아낙네들이
양잿물 솥에 불을 지피며 빨래하던 시절을 생각하고
이 우울한 시대를 패러다이스처럼 생각한다
버드 비숍여사를 안 뒤부터는 썩어빠진 대한민국이
괴롭지 않다 오히려 황송하다 역사는 아무리
더러운 역사라도 좋다
진창은 아무리 더러운 진창이라도 좋다
나에게 놋주발보다도 더 쨍쨍 울리는 추억이
있는 한 인간은 영원하고 사랑도 그렇다
비숍여사와 연애를 하고 있는 동안에는 진보주의자와
사회주의자는 네에미 씹이다 통일도 중립도 개좆이다
은밀도 심오도 학구도 체면도 인습도 치안국
으로 가라 동양척식회사, 일본영사관, 대한민국 관리,
아이스크림은 미국놈 좆대강이나 빨아라 그러나
요강, 망건, 장죽, 종묘상, 장전, 구리개 약방, 신전,
피혁점, 곰보, 애꾸, 애 못낳는 여자, 무식쟁이,
이 모든 무수한 반동이 좋다
이 땅에 발을 붙이기 위해서는
--제3인도교의 물 속에 박은 철근 기둥도 내가 내 땅에
박는 거대한 뿌리에 비하면 좀벌레의 솜털
내가 내 땅에 박는 거대한 뿌리에 비하면
괴기영화의 맘모스를 연상시키는
까치도 까마귀도 응접을 못하는 시꺼먼 가지를 가진
나도 감히 상상을 못하는 거대한 뿌리에 비하면.....
신림동 바닥에서-황지우
내 失業의 대낮에 시장 바닥을 어슬렁거리면,
그러나 아직, 나는 아직, 바닥에 이르려면 아직, 멀었구나.
까마득하게 멀었구나.
나는 탄식한다.
아, 솔직히 말하겠다. 까마득하게 멀리 보인다.
까마득하게 멀리 있는 것이 보인다. 내 발 바로 아래에 놓인,
비닐 보자기 위에 널퍼덕하게 깔아 놓은,
저 냉이, 씀바귀, 쑥, 돌갓, 느릎나무 따위들이여,
그리고 그 옆의, 마찬가지로 널퍼덕하게 깔아 놓은,
저 멸치, 미역, 파래, 청강, 김가루, 노라기 등이여.
그리고 또 그 옆의, 마찬가지로 널퍼덕하게 깔아 놓고 앉아서,
스테인레스 칼로 홍합을 까고 있는,
혹은 바지락 하나하나를 까고 있는,
혹은 감자 껍질을 벗겨 물 속에 넣고 있는,
바로 내 발 아래에 있는, 짓뭉개져 있는,
저 머나먼, 추운 바닥이여,
나의 어머님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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