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어쓰는 것'들이 세간의 화제다. 가면이다 탈바가지다 그도 저도 아니면 마스크에 복면금지조항까지.... 원래 탈이다 가면이다 이런 복면이란 것은 기원을 위한 도구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조선시대(?)엔 나라에서 직접 '산대도감'이라는 기관을 두어서 전염병과 역병예방을 위해 별신굿을 관할했었다. 하회별신굿을 비롯한 수많은 산대놀이들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러한 제의들이 민간자율권의 강화와 함께 내용적으로도 형식적으로도 더욱 자유로워졌으리라. 종교적인 제의를 포함한 모든 제의는 기원의 엄숙성과 함께 놀이화를 통한 재미가 수반되어야 한다. 그렇게 '굿'이라는 형식속에서 탈과 가면 또한 자연스럽게 등장했으리라. 한국식 유교가 만들어낸 기원제의의 하나인 제사가 거부감을 일으키는 것은 놀이화를 통한 재미가 박탈되어 엄숙성만 과대하게 남아있는데서 원인을 찾을 수도 있겠고 어찌보면 성형수술도 기원제의를 위한 형식의 하나인 가면놀이와 탈놀이가 확장된 형식이라고 봐야되지 않을까. 물론 지극히 개인화된 자본주의적 욕망의 산물이지만....
사진내용 : 덮어쓰는 것에 대한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면서 눈을 덮어쓰고 있는 관악산을 헤매다..... 그리고 자작시 초고 한 편
모자이크
2002. 1. 4
좀도둑들이 고개를 숙이는 이유 그게 다 팔자주름 때문이라는 건 공공연한 비밀 예나 지금이나 팔자는 대물림 된다지요 큰도둑들은 모두가 얼짱 죄를 짓고도 보란 듯이 고개를 들잖아요 화면빨 장난 아니죠 오세요 그랜드성형외과* 당신의 얼굴에 철판을 깔아 드립니다 철면피라니, 오해마세요 얼굴은 원래 두꺼워야 제 맛 외모도 연기력도 다 얼굴두께에 따라 판가름되지요 김치와 치즈를 먹고 와이키키해변까지 날아가도 어색했던 당신의 웃음을 근엄한 미소로 만들어 드릴께요 오실 땐 선그라스 아니면 마스크 그도 저도 없다면 탈바가지라도 쓰고 오세요 서두르세요 선착순 백 명에게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관람권을 드립니다 아시죠 포즈의 생 이미지 관리의 필수코스 걔가 성형한 거기* 당신의 팔자를 보란 듯이 고쳐 드립니다
찡그리지 마세요 주름이 더 깊어지니까요 아 그럴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다고요 이런 말 하기가 쪽팔린다고요 걱정 마세요 절대 익명 보장 그래도 못미더우시면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를 해 드릴께요
* '걔가 성형한 거기'는 서울 강남에 위치한 '그랜드 성형외과'의 광고 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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