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2016. 10. 21
갈대처럼 흔들리며 아무 일 없었다
대나무처럼 꼿꼿하게 아무 일 없었다
모나게 뾰족하게 아무 일 없었다
둥글게 둥글게 아무 일 없었다
사시사철 시퍼렇게 아무 일 없었다
단풍 들고 낙엽 지듯 아무 일 없었다
초록물결에도
만산홍엽에도
아무 일 없었다
꽃이 피고 새가 날고 아무 일 없었다
꽃이 지고 새가 울고 아무 일 없었다
천둥치듯 벼락치듯 아무 일 없었다
태풍처럼
소나기처럼
아무 일 없었다
흩어져라 부서져라 아무 일 없었다
모여라 뭉쳐라 아무 일 없었다
지리멸렬하게 가열차게 아무 일 없었다
유유자적하게 치열하게 아무 일 없었다
대동단결 대동결사로 아무 일 없었다
최후통첩 결사항전으로 아무 일 없었다
위악에서 위선으로 거짓에서 기만으로
빙글빙글 돌아가며
아무 일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