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시 방향으로 뻗은 구 미터 가량의 파란 점선*
2015. 12. 16
두타연** 가는 길에 나뭇꾼 하나 살았답니다. 병든 노모에 새끼들까지, 줄줄이비엔나로 딸려있어 통속과 신파라고 욕해도 어쩔 수 없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무를 해야만 했어요. 성실 근면 정직이라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전학을 해도 변하지 않는 급훈같은 산의 훈령을 나뭇꾼은 태어나서 한번도 어겨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해떠서 어두워질때까지 나무를 해도 살림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날 나무를 하던 나뭇꾼의 도끼가 깊은 연못에 빠져 버렸어요. 금도끼은도끼 이야기가 생각난 나뭇꾼은 연못을 향해 슬픈 울음소리를 내었어요. 당연히 산신령이 금도끼를 가지고 나타날 차례..... (여기서 다시 한번) 그런데 말입니다. 아무리 울어도 산신령은 나타날 기미조차 없고 연못의 푸른 물은 더 시퍼러져만 갔어요. 울음에 지친 나뭇꾼은 금도끼 은도끼도 금...수저 은수저도 바라지 않으니 제발 쇠도끼라도 돌려 주세요,하고 빌고 또 빌었지만 밤이 되어서도 산신령은 나타나지 않았어요. 산신령 나빠요. 산신령 나빠요. 제발제발 제 도끼를 돌려 주세요. 나뭇꾼의 상심은 깊어져만 갔어요.
지나가는 풍문에 의하면 산신령의 금도끼 은도끼는 홍보용이었다고도 하고 깊은 연못에 숨어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산신령은 비정규 파견나뭇꾼만 모집했다고 합니다.
* 금도끼 은도끼 우화를 소재로 하고 있는 박형서의 단편소설 제목
** 강원도 양구군 방산면 민통선 내 수입천의 지류에 있는 깊이 12미터, 둘레 50미터의 연못, 우리나라 최대의 열목어 서식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