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길게/자작시

탑골공원에서

빛의 염탐꾼 2016. 11. 3. 00:31

탑골공원에서

2016. 10. 28

 

 

왕조의 뜰 종묘 걷다가

탑골공원 허름한 식당에서

옆자리 노신사에게 은근슬쩍

시국에 대해 말을 거니

세상살이 아무 일 없으니

괜한 훈수 두지 말고 자신의 역할에

충실 하라고 한다 그래,

장이야 포야 장군이요 멍군이요

훈수란

 

탑골공원과 종묘에만 있는 게 아니구나

바둑과 장기에만 있는 게 아니구나

 

언론과 정치권이 제대로 서야

나라가 산다는데 정당과 언론들은

뒤로 빠지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어딘가에 갇힌 젊은이들은 코빼기도 안 보이는

늦가을 탑골공원

 

앞으로 가라 뒤로 가라 에워싸라 후퇴하라

 

여기저기 들려오는

어떤 훈수도 받아들이지 않는

구경꾼 할아버지들이 슬며시 내뱉는 훈수가

공허한 메아리로 울려 퍼지고

은행나무 잎사귀들만 호응하듯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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