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밭 찬가 - 신년운세 장수편
고향집 뒤란 거름자리에 난 개똥참외가 꿈에 보여서 용하디 용한 관악산 문원폭포 염탐도령에게 해몽을 부탁했더니 나는 개똥밭 태생이라 평생 개똥밭을 구를 팔자라네 다행인 것은 개똥밭을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하네 삼복의 어느 날 양재천 개똥수박 자라는 모습이 안쓰러웠지 언제까지 자랄까 열매는 제대로 맺을까 유심히 살폈는데 시월이 되어서야 겨우 방울만한 열매를 달더니 그것도 잠시 십일월 된서리에 흔적도 없이 얼어 죽었지 개똥밭이 천당에 가까운지 지옥에 가까운지 아무도 모르지만 개똥밭이 후회의 천국임엔 틀림없어 어릴 적 늦도록 대소변을 못 가렸던 앞집 친구, 집에서 부르던 이름은 개똥이였고 배가 고프다고 흙을 자주 먹었던 뒷집 친구의 이름은 똥개였다 천한 이름을 자꾸 불러줘야 무병장수 한다고 했지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는 그 친구들 지금까지 잘 살고 있을까 오뉴월 삼복더위에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른 채 개똥밭을 제대로 구르고 있을까 백세에도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벼룻박에 똥칠하며 덩실덩실 춤추라고 하는데 똥냄새만 풍기는 개똥스텝 개똥부르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오늘도 개똥벌레 개똥쑥 똥개도 개똥이도 개똥밭을 영원히 굴러다니겠지 염탐도령! 제발 그 쓰잘데기 없는 개똥철학은 그만 집어 치우시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