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하게 남아있는,
산길
봇짐 지고 보따리 이고 삼십리 장에 가던
책보자기 허리에 매고 이십리 학교 가던
지게 지고 수통차고 십리길 나무하러 가던
고무신 끌고 고삐 잡고 오리길 소 먹이러 가던
철사줄 손에 쥐고 토끼목노 놓으러 가던
망태 끼고 꼴 베러 가던
물오른 처녀총각 성황당 물레방아 찾아가던
험상궂은 산적들 낫 들고 도끼 들고 위협하던
임꺽정 장산곶매들 죽창 들고 훈련하던
더 이상 못 살겠다 민란과 동학의 길
자주 해방 통일 항일투쟁과 빨치산의 길
지금은
아무도 가지 않는
가난의 길 궁핍의 길 눈물의 길 검소의 길 누추의 길 소박의 길 궁상의 길 분노의 길 항쟁의 길 질풍노도의 길 서정의 길 낭만의 길 환상의 길 공상의 길 화려의 길 사치의 길 탐욕의 길 애증의 길 욕망의 길 혁명의 길, 희미하게 남아있는
오래된 미래* 혹은 지나간 미래**
* **는 책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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