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길게/자작시

희미하게 남아있는,

빛의 염탐꾼 2017. 12. 15. 13:17

희미하게 남아있는,

 

 

산길

봇짐 지고 보따리 이고 삼십리 장에 가던

책보자기 허리에 매고 이십리 학교 가던

지게 지고 수통차고 십리길 나무하러 가던

고무신 끌고 고삐 잡고 오리길 소 먹이러 가던

철사줄 손에 쥐고 토끼목노 놓으러 가던

망태 끼고 꼴 베러 가던

물오른 처녀총각 성황당 물레방아 찾아가던

험상궂은 산적들 낫 들고 도끼 들고 위협하던

임꺽정 장산곶매들 죽창 들고 훈련하던

더 이상 못 살겠다 민란과 동학의 길

자주 해방 통일 항일투쟁과 빨치산의 길

지금은

 

아무도 가지 않는

 

가난의 길 궁핍의 길 눈물의 길 검소의 길 누추의 길 소박의 길 궁상의 길 분노의 길 항쟁의 길 질풍노도의 길 서정의 길 낭만의 길 환상의 길 공상의 길 화려의 길 사치의 길 탐욕의 길 애증의 길 욕망의 길 혁명의 길, 희미하게 남아있는

 

오래된 미래* 혹은 지나간 미래**

 

 

 

* **는 책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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