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8일 .... 원래 바람이 심한 - 특히 이삼월엔 - 마을 이였는데 내가 잠시 마을을 비운 사이에 몇십년만에 최고의 바람이 몰아쳤나보다. 동네를 꿋꿋이 지키고 있던 350년 가량된 소나무, 큰가지가 두개 작은가지가 한개 부러져서(오래된 기억을 거슬러올라가 보면 나의 이십대까지는 몇 차례 가지가 부러진 적이 있었으나 이번처럼 한꺼번에 큰가지를 포함하여 여러가지가 한꺼번에 부러진 경우는 처음이다) 볼품이 없게 되었다. 이 소나무가 천연기념물이 되기를 늘 바라고 살았는데 이젠 그 꿈을 접어야 하나? 다행인 것은 아직 어느 한방향에서는 가지가 몇가닥 안 남은 보은 정이품송보다 더 고운 반송 특유의 기품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 그걸 위로삼고 살아가야지.....
앞의 네장은 오늘 촬영한 것이고 마지막 두장은 가지가 부러지기 전(2010년 8월 촬영)의 모습.
4월 2일 ..... 매화면 이현세 만화거리를 우연히 들렀는데 오래된 일본식건물들이 눈에 더 들어왔다.
4월 2일 ...... 속은 문드러질지 몰라도 어쨌든 겉은 무릉도원 같은 봄이다.
4월 6일 ..... 큰 비 내린 뒤의 최고는 물 구경, 그 중에서도 최고는 폭포구경 되시겠다.
고사리와 두릅 몇 가닥 꺾고 다리 힘이 좀 남아 백암폭포와 그 위쪽에 있는 금강산 십이폭포를 닮은 계절폭포(비 내리고 일주일 정도 모습을 드러내는, 그것도 늦봄부터 가을까지는 무성한 숲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를 보고 왔다.
4월 10일 ..... 오늘은 산골 오지 사월 가정식 백반 되시겠다. 두릅, 잔대싹, 부지깽이나물, 미역취(산나물) 데치고 파재래기 대신에 달래재래기로..... 그리 부러워 마시길, 이런 건 시간 철철 남아 돌고 금전 약한 인간들에게 어울리는 삶의 한 방편,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행복이란 실체없는 것을 맘에 둔 적은 한번도 없었고 인생이란 탯줄을 끊고 나오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결핍과 욕구불만의 동의어,라고 대답할래요. 그리고 다시 왜사느냐고 묻는다면 웃음 대신 그럭 저럭 살 만 하네요,라고 대답할래요. ㅎㅎ
4월 11일 ...... 한바탕 비 내리고...... 집 가까이에 이렇게 물이 좋은데? 어쩔 수 없다. 봄날이다.
4월 15일 ..... 후배와 삼척 갔다가 내륙으로 좀 돌아서 삼척시 미로면과 도계읍을 거쳐 삼척시 가곡면 신리에 있는 아주 오래된 너와집과 통방앗간과 물레방앗간을 보고 왔다. 세번째 인 듯 한데 여전히 좋다.
4월 17일 ..... 멸망한 왕조를 그리워 하며 수양산에 은거해 고사리와 산나물로 연명했다는 백이 숙제도 아닌데...... 괜히 고사리 꺾다 보니 오래된 시조가 떠오르네. 사육신인 성삼문이 지었다는군.
'수양산 바라보며 이제(夷齊)를 한하노라
주려 죽을진들 채미(採薇)도 하는 것가
아무리 푸새엣 것인들 그 뉘따에 낫더니'
어쨌든 당분간 나의 주식도 채미, 고사리와 산나물 되시겠다. ㅎ
4월 18일 ...... 어느새 철쭉이 피고, 이 계절에 생각나는 장사익의 '민들레' ..... 중간 가사에 등장하듯이 감당못할 이 노래를 한 때 십팔번으로 술자리에서 감히 몇 번 부른적이 있다. 물론 의도치않게 개사에 장르불명의 편곡을 했었겠지? ㅎㅎ 이 노래 중간 즈음에 철쭉이 등장한다. 들어도 들어도 철쭉이 떠오르지 않는 분은 생태와 민속에 좀 더 관심을.....
https://m.youtube.com/watch?feature=share&v=CwmmcTs3KC0
4월 19일 ...... 후배랑 왕피천 가서 후배는 꺽지 낚시 하고 나는 산나물 뜯을 겸해서 왕피천을 따라 올랐는데 산나물은 없고 산천경계만 넋놓고 쳐다보고 왔네.
4월 22일 ..... 중학교 동창회..... 술은 멀리 하고 계곡에서 발 담그고 왔어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