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머지
지난 도시로 내려가서
옛사람들을 만나 한바탕 놀다가
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에 놀라
급히 올라와서 한 숨 자고 일어나
먼 산을 쳐다보니
정상부가 조금씩 붉게 물들고 있다
가을날의 짧은 단풍놀이여
지난밤의 허망한 음주가무여
봄날 순식간의 꽃놀이여
젊은날의 허무한 꿈이여
깊은 잠에 묻혀
소리소문없이 태풍이 지나가고
바람 한 점 없이 맑게 개인 날
우렁차게 황톳물 흘러가고
조금씩 단풍이 드는데
남쪽으로부터 오는 소식도
북쪽으로부터 오는 소식도
다 거짓말 같고
위로부터의 혁명도
아래로부터의 혁명도
다 말장난 같아라
계절에도 사칙연산의 법칙이 있다면
일년에서 풍문의 저 짧고 굵은
꽃놀이와 단풍놀이의 시절을 뺀
나머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