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길게/자작시

나머지

빛의 염탐꾼 2018. 10. 6. 18:38

나머지

 

 

지난 도시로 내려가서

옛사람들을 만나 한바탕 놀다가

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에 놀라

급히 올라와서 한 숨 자고 일어나

먼 산을 쳐다보니

정상부가 조금씩 붉게 물들고 있다

 

가을날의 짧은 단풍놀이여

지난밤의 허망한 음주가무여

 

봄날 순식간의 꽃놀이여

젊은날의 허무한 꿈이여

 

깊은 잠에 묻혀

소리소문없이 태풍이 지나가고

바람 한 점 없이 맑게 개인 날

우렁차게 황톳물 흘러가고

조금씩 단풍이 드는데

 

남쪽으로부터 오는 소식도

북쪽으로부터 오는 소식도

다 거짓말 같고

위로부터의 혁명도

아래로부터의 혁명도

다 말장난 같아라

계절에도 사칙연산의 법칙이 있다면

 

일년에서 풍문의 저 짧고 굵은

꽃놀이와 단풍놀이의 시절을 뺀

 

나머지는


'짧고 길게 >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 번째 겨울  (0) 2018.11.20
긁다  (0) 2018.10.22
雨期 - gostop찬가  (0) 2018.08.28
처서 무렵  (0) 2018.08.27
장마2  (0) 2018.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