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3일 ..... 러시아 민요를 번안한 80년대 민중가요 '출정가'의 마지막 구절에 나오는 "이른 아침(사실은 대낮)에 먼 산을 보니 낯 익은 붉은 손수건"같은 단풍에 홀려 산을 오르다 올빼미인지? 부엉이인지? 한마리를 만났다. 자야할 시간에 왠일로 돌아다니는지? 야행성이란게 사실인지 내 바로 앞에서 나를 보고도 내가 보이지도 않는지 꿈쩍도 않는다. 조용히 배낭에 들어있는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풀쩍 십미터 거리의 다른 나무로 날아가서 다시 꿈쩍도 않는다. 자연다큐 한 편 찍으려나 했더니만
바람이 세찬 정상부에는 벌써 나목 아래 낙엽이 쌓이고 7부 능선 위로는 단풍이 지고 있고 오육부 능선에선 한창이고 그 아래쪽에서는 이제 서서히 단풍이 들고 있다. 한 발 늦거나 빠르거나 뒤처지거나 앞서거나..... 자연의 일에도 인간세상사에도 동시적인게 없긴 마찬가지인가 보다. 대낮에 출발하였더니 어두워져서야 집에 도착했다. 천이 넘는 고지를 너무 우습게 봤나보다.
10월 24일 ..... 대구에서 친정어머니 방문차 기성에 들린 후배가 우리집을 방문하여 같이 깊어가는 신선계곡을 둘러보다.
10월 27일 ..... 서울에서 친구 아들(고2)이 삼척까지 고속버스를 타고 와서 거기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우리집을 왔다. 다음지도로 검색해보니 장장 115㎞로 나온다. 저녁이 되어도 도착하지 않아 전화를 해보니 울진읍이란다. 2시간여를 더 기다리니 전화가 왔다. 구산해수욕장 못 미쳐서(여기까지도 장장 106㎞로 나온다) 퍼져서 더 못가니 sos요청. 119에 전화를 하니 응급환자가 아니라서 아니 된다기에 파출소에 연락하니 바로 가서 우리집까지 데리고 왔다. 그 때가 밤 9시가 넘었다. 다음날 같이 후포 등기산에 갔다가 평해파출소로 가서 자전거를 찾아서 오후 5시경 서울행 버스를 타고 떠났다. 아래는 후포 등기산에서 내려오면서.....
10월 29일 - 11월 2일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보니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 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론가 하노라
아마도 야은 길재일꺼야? 오늘(11월 1일) 속초 동명항에서 도로메기 양미리 번개탄 구이에 소주를 걸쳤더니 뜬금없게시리 급 위 시조가 떠오르네. 한 잔 술에 2010년 11월과 2012년 11월의 기억을 검색해 봤더니 인걸은 간데 없고 도로메기 양미리 번개탄 구이 가격이 두배로 뛰었구나.
11월 5일
이 계절의
나무들은 모두 조금씩 아파 보이고
흐르는 물도 조금 아파 보인다
간혹 들려오는 지인들의 ...
목소리에도 한웅큼 정도의
슬픔과 우울이 묻어 있다
가슴 한켠에 씽크홀을 안고 사는
인생이여
그렇게 흘러
다시 한달이 가서
다른 계절이 오면
잎을 다 떨궈낸 나무들
천둥벌거숭이로 떨고
흐르다 지친 물도 얼어붙어
체념하듯 조용해 지겠지
김사인의 시 '코스모스'의 한구절처럼 그간의 일들을 염탐도령에게 여쭈기 위해 관악산 문원폭포 갔다 왔다. 노랗고 붉은 것이 몸과 마음을 마구 마구 흔드는 계절이다.
11월 7일 ...... 시인 권혁웅이 소개하는 유파에 마땅히 길림파,도 끼워 넣었으면 좋겠다. 서울역 근처 중림동에서 중국 동북쪽에 있는 길림성 길림시의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성광형님(사실 길림에서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형님은 내가 길림을 떠난 2010년이 되어서 길림 주재원으로 가서 이년 정도 있었고 그 후 한국으로 돌아와서 둘 다 한 때 몸 담았던 길림시조선족산악회 활동이 인연이 되어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을 만나 아주 유명하다는 닭꼬치집을 찾아갔는데 줄이 너무 길어서 그 부근의 수육집으로 가서 소주 한 잔 하고 못내 아쉬워서 닭꼬치집으로 가서 이차로 소주 한 잔을 더하고 헤어졌다. 옛날 생각이 나서 중국 sns(위쳇)으로 길림 사람들과 통화도 했다.
지난주 금요일 우연히 EBS 한국기행(오래된 노포기행)을 보는데 화면에 비치는 그 가게가 분명 예전에 길림에서 용수형님이 왔을 때 성광형님이 데리고 간 곳으로 보여 오늘 맞냐고 물었더니 자신은 기억 나지 않는단다. 내친김에 내 블러그를 뒤져보니 별 기록이 없어 길림 용수형님 블러그를 뒤져보니 맞다. 을지로 철공소 골목에 있는 칼국수와 돼지곱창 전문 우일집.... 총명한 기억에 대한 자부심으로 소주 한 잔 더 걸치고 버스를 기다리는 서울역, 전광판이 드디어 버스 빈좌석의 상황까지 표시해 주는 최첨단을 선사하건만 사방은 온통 미세먼지로 뿌옇고 십몇년을 살고 있는 이 도시는 아직도 정이 안 가네.
아래, 길림에 사는 용수 형님 블러그에서 소개하는 을지로의 우일집에 대한 링크, 그리고 권혁웅의 재미난 시 '소문들', 모든 대상에 대해 약간의 희화화를 하고 있으니 그냥 웃고 넘기시길
우일집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를 누르세요.
소문들-유파(流派)/권혁웅
소림, 무당, 화산, 아미, 곤륜, 개방…… 따위는 물 건너온 허깨비 유파라, 그 세력이 다한 지 이미 오래다 작금에 이르러 중원에 위명을 날리는 것은 새로운 9파 1방이니, 마땅히 시사 상식에 기록해둘 일이다
1. 공중(恐衆)
최대 유파는 공중인데, 혹자는 이를 공인중개사의 약자라고도 한다 중원의 모든 현과 읍에 지부를 두었으며 집을 매매하는 자에게 구전을 뜯어 규모를 키웠다 기밀문서를 다루는 이런 곳을 일러 복덕방이라고도 하는데, 무예를 연마하는 기원, 심신을 수양하는 근린공원, 생활 터전인 노인정과 함께 공중의 4대 거점이다 최근 정리해고와 의술의 발달로 그 수가 더욱 늘어, 미래의 중원은 공중의 사회가 될 것이라는 참요까지 생겼다
2. 초징(楚澄)
초나라에서 유래한 청류파로 이름난 문사들이 많이 났으나 최근에는 세를 불리는 과정에서 교언영색을 일삼아 위명을 제법 잃었다 문필을 업으로 삼아 향교와 서당을 장악했는데 이런 배움터를 초등학교라 한다 학문에 뜻을 둔 자는 이들에게서 배움을 시작하는 것이 불문율이다 이들에게 찍혀 뜻을 꺾은 문사가 부지기수다 악플[惡筆]이라 부르는 암기를 쓰는데, 이를 맞으면 오장육부가 뒤틀리고 칠공에서 피를 쏟는다고 알려져 있다
3. 기독(氣毒)
무당파의 후예이며 십일조라는 조직 체계를 내세워 크게 흥성했다 열 명이 한 조를 이루는데 각 조의 우두머리를 십부장, 십부장 열의 우두머리를 백부장이라 하여 천부장, 만부장에 이른다 십만부장 이상이 되면 대목이라 하여 그 직위를 세습할 수 있다 신구약진경이란 비급을 귀히 여기나 꼭 거기에 얽매여 살지는 않는다 축도신공, 무소부재검, 전지전능권, 출입매시축복수, 불신지옥인, 박멸발갱이진 등의 절세무공을 쓴다
4. 덕후(德侯)
장강 이남에 자리를 잡아 오(吳)나라와 덕후[타쿠]라 불리지만 실은 은둔자 무리[히키]와 함께 열도에서 건너온 왜인들이다 둘을 묶어 폐인이라 손가락질하는 이도 있으나 문예부흥을 이끌었다고 칭송하는 이도 있다 비전절기를 전수받은 소규모 구성원들이 은밀히 모임을 갖기 때문에 그 수가 얼마인지는 알 수 없다 기문둔갑술, 변신술, 소환술에 능해 남자가 여자로, 노인이 학생으로, 사람이 로봇으로 변신한다
5. 파파(婆跛)
평소에 노파나 절뚝발이로 위장한다고 해서 이 이름이 붙었다 철저히 이익만을 좇는 전문 살수 집단으로 만금을 주면 임금도 암살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이 펼치는 천라지망을 파파라(婆跛羅)라 하고 파파라에 걸려든 경우를 일러 파파라치(婆跛羅致)라 한다 한번 파파의 표적이 되면 집에서도 길에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청운답보라 불리는 경공의 대가들이어서 어디든 잠입과 매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6. 중마(狆魔)
중원 제일의 미녀 집단이 미수(美嫂)인데, 이들이 혼인을 통해서 미색을 잃고 삼 자의 내공을 얻으면 미세수(美世嫂)가 되고, 육 갑자를 얻으면 중마가 된다 중마가 되기 위해서는 달리는 버스 통로에서 막춤이라 불리는 고난도의 무예를 시전해야 한다 십 갑자에 이른 으뜸 중마를 아중마(雅狆魔)라 하며 중원에서 당해낼 자가 없다 이들의 비밀결사 모임이 계다 계에서는 돼지를 잡아 제사를 지내는데 이 돼지를 계돈이라 한다
7. 용역(龍屴)
용산에서 발흥했으며 우면산의 검경(劍京), 발치산의 공산(恐汕)과 함께 3대 조폭이었으나 동이와 오환의 대살육 때에—이를 육이오(戮夷烏)라 부른다—검경과 연합, 공산을 궤멸하여 장안을 장악했다 정직한 자를 잡아가고 가난한 자를 태워 죽이며 속이는 자에게 쌀을 주고 부유한 자의 곳간을 지켜, 그 악명이 자자하다 최루탄지공, 개발이익조, 아수라권, 물대포신장, 소요진압진 등의 연합 무공을 쓴다
8. 성어(聲漁)
뭇사람들을 강시로 만드는 공전절후한 무공을 소유한 유파다 이들은 사람들의 이배혈에 1촌이 채 못 되는 얇은 침을 찔러 넣는데, 이 침을 수편(手鞭) 혹은 핸드폰이라 부른다 수편에 맞으면 이들의 전음입밀에 지배되어 꼼짝없이 놀아나게 된다 목소리 하나로 사람을 낚시질한다고 하여, 스스로도 사람을 낚는 어부라 칭한다 이들의 궁이 남해나 설산에 있어 이들을 벽안의 고수로 보는 이들이 있지만 실제로는 중원인들이다
9. 사군(思君)
충의를 으뜸가는 덕목으로 내세우지만 고리대금이 주된 일이다 장문인이 장씨여서 세간에서는 이들을 장문세가(張門世家) 혹은 장사꾼이라 부른다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에서 “달아난 고세인 처녀 잡아드립니다”에 이르기까지, 돈이 되는 일이면 무엇이든지 한다 우공이산이라, 멀쩡한 산을 옮기고 상전벽해라, 보기 좋은 바다를 메우는 게 이들의 일이다 임금과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을 믿어 탈세와 포탈이 이루 말할 수 없다
10. 고세(高世)
중원이 강역을 크게 넓히자, 살 곳을 잃은 사이(四夷)의 민초들이 낙양 주변에 몰려들어 월하촌을 이루었는데, 여기서 태어난 이들을 고세인(高世人)이라 한다 남만과 북적에서 인신매매로 잡혀온 아녀자들이 낳은 자식도 고세인이다 장강을 경계로 중원의 경제가 크게 나뉘었으니, 강남에 정규직인 장녀(漿女)가 있다면 강북에 비정규직인 고세가 있다는 속담은 이런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11월 8일 ..... 가을의 끝자락을 잡고 세검정 탕춘대성 옥천암 포방터시장 개미마을 인왕산 한바퀴
노을의 절반
2016. 2. 4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적장의 목은 제가 베고 오겠습니다
그렇게 세검정 너머로 떠나간 사내는 돌아오지 않고 자하문 하늘 위로 어색하게 불타는 저녁노을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은 나는 대속하듯 충혈된 눈동자를 잔에 띄워 어느 불세출 영웅의 선동문 같은 붉은 포도주를 마신다 목숨을 내 놓겠다니 대신 죄를 씻어야 한다니 유구한 위선이여 피로 물든 기만의 빛깔이여 목숨과 마음에 대리가 가당키나 한 것인가 지금은 혁명의 희생양도 속죄의 횃불도 헛된 불바다를 넘어가는 기울어도 너무 기운 시간 아무래도 새벽닭이 울기 전에 나는 너를 세 번 부정할 것이니 그리하여
기억의 절반을 자르며 가자 머지않아 노을의 절반 너머 시간의 나이테마저 얼어붙는 어둠의 고해성사 때 이른 혹은 때 늦은 밤
11월 9일 ..... 어제 하루종일 굵게 그것도 바람까지 불러들어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이 비바람에 단풍들은 어디로 갈까?하는 의구심이 들어서 오늘 일어나자마자 강수량 아니 강엽량(낙엽량)측정 산책
한남대교에서 동작대교까지 한강 구간을 걷고 청계산 매봉약수터로 올라가서 서울대공원 산림욕장길로 내려오다. 서울대공원 산림욕장길 단풍이 이렇게 고운 줄 예전엔 왜 몰랐을까?
11월 11일 ..... 카메라 촛점과 조리개값 조절 없이도 자동으로 찍어도 아웃포커싱 기술이 나타나는(실은 그냥 휴대폰으로) 흐린날+미세먼지 효과..... 양재천에서
11월 13일 ...... 소년도 늑대도 아닌 겨울이 온다. 경북 울진군 온정면 소태3리 하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