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time
기다림에 대해 생각한다
희망의 끈에 대해 생각한다
그 끈을 언제까지 붙잡고 있어야 하나
이제 그만 놓아야 할 때도 되지 않았나 하고 생각한다
학창시절 자주 약속시간을 어기는 친구가 있었다
늘 짧게는 십 분에서
길게는 한 시간 가량 늦게 나와서
딱 그만큼씩 일찍 나가는 나와 그의 만남은
자주 삐걱거리고 엇박자를 내기 마련이었다
나중에 그 친구의 별명이 철가방이 되었는데
오늘도 약속시간에 늦게 나오는 그 친구를 보면서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아리송한 건
어제 저녁에 먹었던 자장면이
왜 하루가 지나서야 속에서 부글거리는지
우리는 언제까지
배고픔과 기다림에 지친 재촉에
지금 갑니다 혹은 방금 출발했습니다로 답하는
중화반점의 거짓말 배달타임을
친구의 애교 섞인 한마디를 닮은
하나도 믿음이 가지 않는
원시주술 같은 그 말을
믿고 싶어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 이였다
기다림이란 내 친구의 코리안 타임마냥
늘어났다 줄었다를 반복하다 끝내
헐거워지거나 딱딱해지는
인디언인형들의 기우제와 같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것
그건 어쩌면
자꾸만 틀리는 비 예보에도
이불빨래를 할까 말까 늘 망설이는
건장마의 날들과 다를 바 없어
오면 오는 대로
오지 않으면 오지 않는 대로
잘못 맞춰둔 자명종으로 인해 지각하고야 마는
어린 학생의 시계초침이 되어 흘러가자
온다는 것들은 영원히 오지 않거나 와도
오는 시늉만 하고 떠나는 경우가 많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