桃
사월엔 우리 모두 무릉으로 떠나요
수컷들은 삼삼오오
컴퓨터게임 도원결의에 모여
전장에 나서는 사람들처럼
결의에 찬 의형제를 맺고
온라인 채팅방 복사꽃 아래에서
처음으로 만난 남녀는
마음에 없어도 뭉쳐야 산다
바로 연인관계를 맺고 잠자리를 하지요
온몸에 열꽃이 피어 며칠째 누워 있어요
도화살 그거 역마살보다 무서운 거라는데
더 이상 도발할 기운도
핑계거리도 남아 있지 않아요
꿈에 자꾸 도원이 어른거려요
도원은 여기서 얼마를 가야 하나요?
즙이 줄 줄 흐르는 잘 여문 복숭아 한 입
물어봤으면 소원이 없겠어요
고작 복숭아라니?
죽은 도연명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겠구나 얘야
어쨌든 그게 하늘의 뜻이라면
천도를 줄까? 황도를 줄까?
桃를 아십니까?
발정의 색깔은 분명 연분홍빛
정액냄새는 하얗고 누런 밤꽃이 아니라
복숭아꽃에서 난다는 것에
아담과 이브 앞에 서 있었던 나무가
사과나무가 아니라는데 나머지 생을 걸어 볼까요?
내일 비록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나는 오늘
내 무덤가에
한그루 복숭아나무를 심겠어요
흐드러진
복숭아
복숭아
복숭아
나무 아래
나비와 벌들이 꿀을 빨고
나는 잠든 애인의 젖을 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