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길게/산문

중국에서 소식이 왔어요

빛의 염탐꾼 2008. 8. 24. 06:18

잘 지내시는지요.

중국문화원에서 같이 공부했던 황완규입니다.

 

지난 일요일에 고비사막인지 황토고원인지 에서 시작된 황사가

중국 동북지방을 거쳐 한반도에 몰려와

남부지방에 주로 영향을 미치더니

오늘은 동해안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때아닌 폭설이 내렸답니다.

눈비 거치고 거리에 주차된 자동차들을 보니

조금 남아있던 황사먼지가 가져온 황사눈(夹雪)으로 인해

얼룩덜룩한 반점들은 남겼더군요

일기예보에도 없던 서울의 눈을 보면서

'게릴라성'이라는 단어를 속으로 떠올려 보았지만

이제 그 단어도 식상해진지 오래인지

별 감흥이 일어나지 않더군요.

 

황사로 인해 남부지방의 몇 도시에서는

초등학교가 휴교를 하는 등

한바탕의 난리를 쳤다는데

그곳은 어떤지요...

 

얼마전인가 인터넷뉴스에서 오마이뉴스의 중국통

조창완씨가 전하기로 올해는 중국 황사발원지에

겨울에 많은 눈이 내렸고 2월까지 눈이 쌓여 있어서

울해 황사는 예전과 같이 않을거라는 뉴스를 보았는데

(조창완이라는 사람이 예전부터 중국에 살면서

황사예보로 한 건 했다는 사람이라더군요)

그것도 보기좋게 빗나갔습니다.

이상기온이니 하는 말도 이젠 식상한 것일까요.

아니지요 기온도 자연의 일부이니

어쩌면 우리가 자연앞에 이상과 정상의 잣대를 댄다는 자체가

모순이자 욕심이겠지요.

 

또 모르지요.

올해의 황사는 조창완씨 염원대로

이것이 마지막이 될 수도.....

 

그렇게 언제부터인가

한반도의 봄소식은

황사, 중국이라는 단어를 나란히 태우고 날아 옵니다.

따져보면 뭐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닌데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되었나 봅니다.

 

알고보면 이번 황사는 서울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아

피부로는 그닥 와닿지 않았고-황사소식에 3월이다 싶어 밖에 널었던

빨래들을 집안으로 옮긴것을 빼곤 말이요-그래서인지 몰라도

언론의 호들갑스러움이 괜히 귀에 거슬렸습니다

그러고보니 한가지 의문스러움, 다른 기상예보는 철저히 서울중심의

결과예보가 많았지만 이번 황사는 주로 남부지방에 영향을 미쳤는데도

그 결과를 비중있게 다룬것을 보면, 황사라는 특이한 기상현상이

중국이라는 특수와 만나는 지점은 언론의 눈에는 선정적인 기사거리만큼이나

구미가 당기는가 봅니다.

 

 

황사가 온걸 핑계로 소식을 전합니다.

황사 먼지 속에서도

북경엔 봄이 오고 있겠지요.

건강하십시요.

 

 

3월 4일 황완규 씀

 

중국에 있는 최기수씨에게 쓴 메일. 사실 이 날의 미세한 황사이외에는 아직까지 큰 황사가 오지 않았다. 어쩌면 조창완씨의 분석이 맞는듯도 하다. 과연 그는 중국통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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