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길게/산문

목계장터

빛의 염탐꾼 2008. 8. 24. 06:15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하네  

   청룡 흑룡 흩어진 비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묵계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새우 끓어 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부리고 앉아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하네.

   ㅡ<묵계장터/ 신경림>ㅡ


신 경림 시인을 좋아하는 시인 중에 내가 아는 안동의 시인이 하나 있는데 그이 이름이 안 상학이다. 일찍이 1987(?)이던가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1987년 겨울 신천'(제목은 정확하지 않다. 하여간 1987년이면 김영삼과 김대중과 노태우가 경합을 벌이던 대통령선거가 있던 때이고 그것을 대구 신천에 날아드는 철새와 공공근로를 나온 서민들(아니다 그 때는 취로사업이었던가)를 소재로 삼아 쓴)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하여간 그 시인이 계명대학교 글패 '노천'의 내 친구의 선배와 한때 사귀어서 나도 몇 번 보았었는데 그가 신 경림 시인의 위의 시와 비슷한 풍의 시를 최근(그래도 이미 5년은 지났을꺼야) 발표했던걸 봤지.... 하여간 완전한 기억은 아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 시가 '묵계장터'를 현대적인 가락으로 옮긴 것 같기도 한 것 같다.... 시간이 되면 안 상학 시인의 시집도 한 번 구해 보면 도움이 될 것 같구나.

삼천포로 좀 빠진 것 같네..... 안 상학 시인의 시가 지금 여기 과천에는 없으니 하여간.... 어떻게 얘기해야 하나....네가 보낸 메일을 보고 처음 떠오르는 느낌은

하나.... 좀 놀랍다는 점인데.... 왜냐하면 아직도 시를 논하고 있는 사람들이 남아 있다는 사실...
둘, 그것이 신 경림 시인의 시라는 사실..그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묵계장터라....
일단 신경림 시인의 다른 시집들을 읽어보길 바란다.(묵계장터는 아마 '세재'라는 시집에 실린 것이던가) 그렇다면 그전에 나온 첫시집 {농무}에 실린 '겨울밤'이나 '농무'등.....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와 가타리가 얘기한 '유목'이란 개념을 가지고 한번쯤 되새겨 봄은 어떨까... 지난 세기 60년대 말부터 시작된 이농현상과 현대의 유목현상을 연결시켜 봄은 어떨까... 들뢰즈와 가타리가 얘기했다더군.... 자본주의는 언제나 유목민을 양성한다고... 부유한 유목민들은 해외여행을 떠나고 가난한 유목민들은 하루의 품을 팔기 위해 이곳저곳을 떠돌고 그도 저도 아닌 사람들은 영상자료 속의 세계여행기를 보면 하루를 안주한다고 .... 말이야... 그것이 지난 세기, 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하는 거대 이민족을 만들어내었던 풍경(신경림의 대부분의 시에서는 농촌에 정주하고 있으면서도 부유하는 서민들을 다루고 있다. 위의 시 '묵계장터'는 아예 그것을 넘어 아예 솔직히 구름과 바람이 되어 살고 싶다 하지 않는가?)과 지금 이 시대, 세련되고 심플한 신자유주의라는 포장을 하고 끊임없이 유목을 채찍질하는 이 사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음을..... 그것을 얘길해본다면.....

부끄럽지만 내 시를 한편 보내마....


후포에서


지난 사랑의 노래에 취해
늘어지게 한 잠 잘 잤다
일어나니 비가 내리고
내일 모래면 추석
오일장이 서려는지 창 밖이 시끄럽다
새 노래를 따라 부르기엔
내 목은 잠겨 있고
낡은 발걸음은 비에 젖어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멀리
물 위를 나는 갈매기의 날개짓이 아슬한데
묻지 마라. 삶은 언제나 대목이다

빗속을 뚫고
과일전이며 어물전이며
목을 돋구고 있다


후포란 경상북도 울진에 있는 항구의 지명인데 2000년인가에 썼던 시인 것 같다.... 하여간 날마다 다짐하지만 실천은 안 되는 현실.... 그것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데

나름대로 하나의 완전된 문장을 보여주고 싶지만.... 그리고 또한 하나가 아닌 여러 경우들을 떠오르게 하고 싶지만..... 그러하고 싶지만..... 요즘  좀 바쁘네 그려....
내가 어영부영 얘기한 위의 내용이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 생각한다면 그냥 에프엠으로 신 경림 시인하면 떠오르면 민요가락으로 넘어가게나..... 위에서 이야기 한 것이 내용적인 측면이라면 리듬은 좁은 의미에서 형식의 문제이지만....
하여간 이도 저도 모두 네 몫이다....

건투.... 건투.... 오랜만에 이런 글을 써보니 가을밤에 가을밤답네 그려......

2007년 11월 31일 과천 황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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