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단풍
온 몸에 이는 지독한 가려움증, 뚝, 도토리인가 그래, 떨구어 낼 때가 되었군, 실한 열매가 아니면 어때, 초록의 믿음과 푸른 격정을 지나 온전치 못한 상한 것일지라도 나도 그렇게 뚝, 몸이 어지럽다
두 눈이 벌건 아침, 창문을 열어보니 나무들 밤새 온 몸을 긁어댔는지 가지마다 노랗게 또는 붉게 물든 단풍, 더러는 떨어지는 낙엽
버리기 위해 지켜야 하는 것이 있다
지키기 위해 버려야 하는 것이 있다
2001년 11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