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가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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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주의보는 해제되지 않았다 눈 한번 내리지 않는 지독한 겨울, 돌격 앞으로, 모두 태워버려, 폭파시켜 버려, 내 가슴속에선 산불감시요원들의 순찰용 오토바이 소리와 119 싸이렌 소리가 자주 들렸다
화장실 변기통 쯤에선가 언제나 물새는 소리, 물 빠진 스펀지 같아요, 부끄러움도 없어졌어요, 눈물이 나지 않아요, 외출하고 돌아오면 알약처럼 조각난 꿈들이 호주머니 가득 흙먼지로 쌓여 주위를 맴돌았고 007시리즈같은 위험천만한 꿈을 꾸다 깨어나는 밤이면 찢긴 비닐봉지가 걸린 겨울나무가 미친듯이 마른기침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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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고지서는 뒤통수를 치며 날아왔다 물 좀 작작 써라, 좀 아껴 써, 너만 보면 소름이 끼쳐, 어머니는 화를 내고 내가 무슨 성냥개비야, 담배꽁초야, 내 몸이 모두 타버리면 좋겠어요, 따라 인상을 쓰고 그때서야 연장을 들고 갈라진 가슴의 틈을 찾았던가, 성에 낀 창이 흐린 아침이면 세상과 나의 기온차를 느끼며 언제나 살이 텄다
1999년 12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