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이야기
무엇으로 다시 등불을 매달 것인가
북 치고 장구 두드려 시대를 울려보자 달려왔건만
세상이 보란듯이 앞길을 가로막는 오늘
한 손에 두루말이 휴지를 들고
가로등 하나 없는 골목길 돌아
노동운동가와 서로의 상한 머리를 올리고
어렵사리 구한 선배의 신혼 방에 집들이를 간다
어찌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처럼
밝은 무늬로 감추어도
남루한 흔적 얼룩을 드리우는데
어려운 살림 꾸려가면서도 후배들 공연에 꼭 꼭 와서
굶지 말거라 단 돈 얼마라도 쥐어주고 토큰 몇 꾸러미로
열심히 뛰라는 말 대신하던 형 공연 어땠어요 물으면
나야 문예운동판 떠난 지 오래되어서......
웃으며 돌아서던 형 서로들 빈 가슴에
오랜만에 술잔이 돌고
찌든 세월의 몰골 또한 우리의 몫이 아니던가
시대를 잘못 만났느니 세상 탓이라느니 하는 말은
서로를 향한 욕일 수밖에 없어
가슴 속 깊이 묻어버려야만 하는데
빠른 세월만큼 술잔은 비워지고 다시 채워지고
흐린 눈매를 감추려고 되돌아본 방 한구석
개미들의 잔치가 요란스러워
형, 방에 개미가 끓네 곧 부자 되겠어
서로들 얼굴 보며 기분 좋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