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이라는 시가 맘에 들어, 복효근 시인의 시를 여러편 찾아서 읽다가 아래의 시를 만났다. 쉬운 언어로 시를 참 쉽게 잘 쓴다는 느낌, 물론 낡았다는 혐의에서 자유롭진 못하지만.... 소재선택도 좋고 소재에 담아내는 메세지도 자연스럽다는 느낌. 아래시는 꼭 우리가족 이야기 같아서 옮겨와 봤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찾은 역설의 평화와 어머니 그리고 '도깨비 도로' 쉽고 편안하게 다가오는 시....
도깨비 도로와 놀다
계를 부어 떠난 육남매 가족여행
제주시 노형동 어리목 가는 길목
기울어진 길 아래쪽에 물을 부으면
위쪽으로 흘러가는
도깨비 도로가 있었네
어머니 칠십 여섯 평생에 처음 있는 가족여행에
아버지 돌아가시고 찾은 역설의 평화,
우울증에서 돌아온 큰형의 위태한 평화가 깨질까 두려워
눈에 가득 바닷물이 고인 채
마이크 잡고 노래부르시네
사랑으은얄미운나빈가봐아
착시현상이라고 관광가이드는 설명했지만
진짜 도깨비 장난이라 믿고 싶네
빈 병을 언덕 아래 놓으면 언덕 위로 굴러가고
언덕 아래 물을 부으면 언덕 위로 흘러가네
거꾸로 된 세상이 있긴 있네
희안타 참 희안타
언덕 위로 걸어가시는 어머니가 자꾸자꾸 젊어지더니
열아홉 새색시로 웃고 서있네
맞지 않아도 되는, 울지 않아도 되는
굶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있긴 있다고……
자꾸만 착시라고 우기며 길을 재촉하는 가이드 뒤통수에
아니여 아니여 말은 않았지만
어머니의 바다는 끝내 넘치지 않고
사랑은얄미운나빈가봐 나도 다 모르는
가요를 끝까지 다 부르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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