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4월의 마지막 날이네요. 사월의 마지막 날엔 이 시를 꼭 읽어야 할 듯 합니다. 바틀비는 다들 알다시피 허만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에서 온 이름이고요. 인구에 회자된지 이미 오래지만 저도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요. '필경사 바틀비'를 모티브로 한 것으로는 권여선의 단편 '팔도기획'도 있지요. 오늘 '필경사 바틀비'의 대략적인 내용을 찾아보고 이 시를 읽으니 더 좋습니다. 사월의 마지막 날은 한나절이 덤으로 주어진 괴상한 날이라군요... 어쨌든 '필경사 바틀비' 꼭 읽어봐야 겠습니다.
김소연 < 오, 바틀비 >
모두가 천만다행으로 불행해질 때까지 잘 살아보자던 맹세가 흙마당에서 만개해요, 사월의 마지막 날은 한나절이 덤으로 주어진 괴상한 날이에요, 모두가 공평무사하게 불행해질 때까지 어떻게든 ...날아보자던 나비들이 날개를 접고 고요히 죽음을 기다리는 봄날이에요, 저것들을 보세요, 금잔화며 양귀비며 데이지까지 모두가, 아니오, 아니오, 고개를 가로저으며 하루를 견뎌요, 모두가 아름답게 불행해질 때까지 모두가 눈물겹게 불행해질 때까지, 온 세상 나비들은 꽃들의 필경사예요,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몰아쉬는 한숨으로 겨우 봄바람이 일어요, 낮달이 허연 구멍처럼 하늘에 걸려요, 구멍의 바깥이 오히려 다정해요, 반나절이 덤으로 배달된 괴상한 날이에요, 모두가 대동단결하여 불행해질 때까지 시들지 않겠다며 꽃잎들은 꽃자루를 꼭 붙든 채 조화처럼 냉정하구요, 모두가 완전무결하게 불행해질 때까지 지는 해는 어금니를 꽉꽉 깨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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