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겨울비 지극히 수동적인데다가 독종이 못 되 나서 말 수 적고 걸음도 느려터진, 겁 많고 수줍음 많은 초식남 같아서 존재감 없기가 나랑 꼭 닮았다 짧고 길게/자작시 2018.12.04
선입견 선입견 어깨가 따가워서 한의원에 갔더니 나이를 물어보고는 다짜고짜 침을 놓았어요 오십견엔 침이 그만이라면서요 사실은 주독이 어깨로 올라갔는데 말입니다 은행나무를 보셔요 침엽수라고 다 사시사철 푸른건 아니고요 송곳패스도 골로 연결되지 않으면 꽝이랍니다 머리카락이 밤.. 짧고 길게/자작시 2018.12.01
안동 안동 시퍼런 등줄기와 뱃속으로 서해 왕소금이 팍팍 뿌려지고 나서야 고등어의 삶은 비로소 완성된다 사람들 가슴속엔 저마다의 바다가 있어 사할린을 넘어 북태평양을 향하던 망망한 내륙의 꿈, 안동역에서가 뜨고 난 후에 안동에 처음 가봤다는 가수 진성의 이야기처럼 안 오는 건지 .. 짧고 길게/자작시 2018.11.25
갈대 갈대 얼마전 술자리에서 선배가 나더러 외유내유형이라고 하길래 아니다 외유내강형이라고 우기려다가 그냥 웃고 말았어요 김장철만 다가오면 앞집 아주머니는 바깥출입을 안 하고 앓아 누워요 그것도 봄이 오는 사월까지 말입니다 몸과 마음이 겉 돌기는 누구나 마찬가지여서 우리 어.. 짧고 길게/자작시 2018.11.24
두 번째 겨울 두 번째 겨울 바람은 동쪽에서 불어왔고 서쪽에 있는 큰 산을 넘지 못해 언제나 마을에서 맴돌았다 며칠 전에는 재 너머 동네에 혼자 살던 은둔형외톨이가 생을 놓았다고 했다 누구인가 내어놓은 들고양이밥을 먹었다고 했고 또 어떤이는 쥐약을 먹었다고도 했다 나도 몇 번 보았는데 뭘 .. 짧고 길게/자작시 2018.11.20
0°C 안팎 0°C 안팎 - 바람의 마을에 와서 2 - 내일 아침 0°C 안팎의 꽃샘추위가 다시 온다네요 어머니 요 며칠 웬일로 바람이 잦아드나 했더니 그럼 그렇지 십일월에서 삼월까지 어김없이 찾아오는 앞집 형수님의 계절성 우울증과 구순 숙모의 울화성 고함소리와 황혼이혼을 당한 뒷집 아저씨의 한.. 짧고 길게/자작시 2017.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