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길게/자작시

철쭉이 지면

빛의 염탐꾼 2020. 5. 26. 11:34

     철쭉이 지면

 

 

 

     영산홍 자산홍 뒷산 개꽃

     철쭉이 지면

 

     아카시아 찔레꽃 이팝나무 토끼풀

     하얀 계절이 온다

 

     고개고개

     상여소리 곡소리 가득하고

     삼베 무명천 만장처럼 나부끼는

     오월은

 

     계절의 여왕

 

     호미를 쥐어야 하나

     낫을 들어야 하나

     (아주 오래된 못난 버릇이 도져 죽창,이라고 썼다 낯 뜨거워 슬며시 지운다)

 

     무엇을 할 것인가

 

     책장 한켠에 꽂힌

     책 한 권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는데

 

     그저

 

     콩쥐 팥쥐

     신데렐라 이야기를 읽으며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랴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바보가 되어

     첩첩산중 찢어지게 가난한 나무꾼이 되어

     하염없이

 

     철모르는

     공주와 선녀를 기다리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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