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여가
이방언과 정몽주의 피비린내 나는 세력 싸움에서
애먼 선죽교만 피를 보았음이야 두말하면 잔소리
일백 번은 고사하고 한 번 가면 다시 못 오는 역사
끝내 이방언의 새로운 카르텔이 승리했다지만
어쨌든 덩굴식물의 끝판왕은
혈연 지연 학연으로 얽히고설킨 만수산 드렁칡
추석 벌초 때만 되면 조놈의 새키들 때문에 머리가 다 지끈거려요
베어내고 걷어내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랍니다
단심가는 어쨌든 고색창연한 꼴통의 향연
진토 된 백골로 머드팩 한판
피부미인으로 다시 태어나시던가 말던가
그렇다고 단심가가 하여가보다 더 양심적이라는 얘기는 아니고요
정치권력은 늘 조직폭력배의 내용과 양식을 뒷북 치고 따라가기 마련이어서
조선시대 정치인들의 시가들은 죄다 코스프레의 정점을 찍고 찍어 지금은 이십일세기
그 오래된 버릇이 어디 가겠어요
태초에 빛이 있고 나중에 소리가 있었나요
먼저 소리가 있었고 그 뒤에 빛이 따라 왔나요
오늘도 하늘에서는
영원히 조우할 수 없는 천둥과 번개가
몇 초의 시차를 두고 우루루쾅쾅 번쩍번쩍
(견우와 직녀는 일 년에 한 번 칠월칠석이라도 있는데 말이죠. 실은 번개가 먼저 때리는데 천둥이 왜 늘 번개 앞에 붙는 건가요? 그게 NLPD니 연고전이니 뭐 그런 영역싸움 진영논리 때문인가요?)
일본에서는 한국과 정반대로 까마귀가 길조 까치가 흉조라지요?
인생은 진지전이라고요? 아니 기동전이라고요?
천재뮤지션 서태지의 음악들도 알고 보면
많은 부분 샘플링표절 이였다는데
갈수록 엇박자를 내는 하여가와 단심가처럼
역사도 인생도 뭐 별거 있나요?
何如 하여 何如 하여
만수산 드렁칡으로
얽히고설켜 살아 보자니까요
살다보면 나도 모르게
게릴라성 호우를 만날 수 있는 수도 있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