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길게/자작시

칠년

빛의 염탐꾼 2020. 8. 30. 17:35

   칠년

 

 

 

   매미울음 이토록 시끄러운 건 어쩌면

   칠년 땅 속 생활을 보상받기 위한 것인지도 모르지

 

   어느 유명 정치인이

   수년간의 검증 안 된 토굴생활을 정리하며

   정계복귀를 선언하던 날

   삼복의 매미 울음소리만큼이나 세찬

   플래시 세례가 터졌다

 

   인내다 각고다

   참을 인자 세 개다

   공치사와 공염불은

   중언부언 중언부언 닮아서

   칠년을 자고 일어나도 언제나

   Ctrl+Ctrl+이지만

 

   그렇다고 우리 제발

   뼈를 깎지는 말자구요

   조각미인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

   어떤 무리수의 여인네들 빼곤

 

   중창불사도

   교회와 성당의 부흥도

   집안을 일으키지도

   조국을 위하지도

   민족을 중흥시키지도 말자 말입니다

 

   알고 보면

   칠년간의 꿈이

   너무나도 허망하고 찬란해서

   일주일 동안의 현실은 이토록

   시끄러운 것인지도 모르고

 

   화살나무 잎사귀가 붉게 물 드는 건

   화살 꿈을 너무 오래 꾸었기 때문이라지요

   그나저나 왜 하필 칠년인가요?

   벙어리 삼년 귀머거리 삼년 소경 삼년

   도합 구년 아닌가요?

 

   삶은 유치하거나 치사하거나

   둘 중 하나 또는 복수전공

 

   오늘도 노모는 앞집 아주머니랑

   이 세상에 나만큼 고생한 사람 없다고

   서로 언성을 높여가는 중이다

   아마도 내일부터 두 사람은 또 며칠

   말을 섞지 않을 것도 같고

 

   노모와 앞집 아주머니의

   저 전설 같은 실갱이는

   노모의 우울증만큼이나

   오래 묵은 것이고 어쩐지

   죽음 이후에야 끝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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